프로농구 감독들에게 ‘경기가 없는 날 무슨일로 소일하는지?’ 물으면 십중팔구 ‘비디오를 본다’고 대답한다.
물론 이들이 보는 비디오는 오락물이 아니다. 업무의 연장이라할 수 있는 농구경기 녹화테이프다. 실전 녹화장면을 다시보며 선수개개인의 특성파악은 물론 여러 가지 작전구상을 하는 것. 녹화테이프는 심판판정에 이의가 있을 때 증거자료로도 사용된다.
하지만 국내프로농구의 비디오 이용은 미국프로농구(NBA)와 비교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NBA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들마저 비디오 보는 것이 생활화 됐다. 아니 강요받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듯.
숙소나 비행기로 이동할 때 비디오를 보는 것은 물론 이들은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과 하프타임 때도 라커룸에서 비디오를 본다.
경기직전 보는 비디오는 보통 4분분량으로 편집된 상대팀에 대한 주요 분석장면. 최근 5경기에서 상대팀이 보인 공격루트와 주요선수들의 움직임을 담고 있다.
하프타임 때 보는 비디오는 전반에 보인 상대팀의 움직임을 담아내 후반에서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해결책까지 유도해 낼 정도의 따끈따끈한 정보를 제공한다.
NBA 29개팀 중 비디오분석이 가장 뛰어나다는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경우 5명의 전문인력이 포진하고 있다. 홈구장에 28개의 비디오와 8개의 위성장치, 컴퓨터편집시스템을 갖추고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아내고 있다.
예를 들어 슈터 레지 밀러의 실수장면을 보고 싶다고 하면 1분내에 최근 10경기 실수장면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정도.
상대팀 전력분석 뿐만 아니라 유망주 스카우팅을 위해 고교 및 대학경기는 물론 전세계 농구리그가 이들의 녹화대상이다.
이처럼 비디오만 보면 지겹지 않을까? 그래서 이들이 고안해낸 방법이 선수들이 좋아하는 영화장면등을 비디오에 살짝 첨가하는 것.
밀러에게 전달하는 비디오엔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를 넣고 저메인 오닐에게는 ‘브레이브하트’의 한 장면을 삽입하는 식.
이런 비디오분석 방법에 NBA가 열을 올리는 이유는 당연히 경기력 향상이다. 갖고 있는 능력을 100% 끌어올리려는 눈물나는 노력이란 말이다.
전 창기자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