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사 빌 게이츠 회장 부부의 ‘벤처 박애(venture philanthrophy)’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2월4일자)는 ‘게이츠 부부가 240억달러(약 31조2000억원)를 쾌척한 이유’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에서 이들 부부가 세계 최대 규모의 자선재단을 설립하게 된 동기를 상세히 소개했다.
게이츠 회장의 부모인 윌리엄 게이츠와 고 메리 맥스웰 게이츠는 시애틀의 유명한 봉사활동가. 그러나 게이츠 부부는 박애나 자선사업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다.
그런 게이츠 부부가 자선사업을 시작한 동기는 아프리카 여행이었다. 부인 멜린다 여사는 93년 아프리카 여행 중 흙길을 맨발로 걸어가는 여성들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아무리 눈을 씻고 둘러봐도 도대체 신발을 신은 여성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아프리카는 나를 완전히 변화시켰다”고 회고했다.
게이츠 부부는 94년 9400만달러(약 1222억원)의 기금으로 재단을 세워 공공도서관 전산화 지원 사업을 펼쳤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시장 확대 전략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부딪혔다.
그들을 또 한번 변화시킨 것은 98년 뉴욕타임스지 기사. 이 기사를 통해 질병과 기아로 고통받고 있는 제3세계 어린이들의 참상을 접한 게이츠 부부는 그 동안의 자선사업이 변죽만 울린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들은 기존 재단을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재단’으로 확대해 자선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 재단은 저개발국 어린이와 여성들에 대한 접종지원, 백신 및 피임도구의 보급 등을 통해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수를 현재의 연간 300만명에서 10만명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게이츠 재단’은 98년에는 한국이 유치한 국제백신연구소(IVI)에 개발도상국 어린이를 위한 백신개발 연구기금으로 1억달러를 출연한 바 있다.
게이츠 회장은 “정치, 경제수단 등을 모두 동원해 선진 부국들이 누리는 혜택을 모두 다 누리게 할 수는 없겠지만 우선 접종확대만으로도 저개발 국민의 고통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