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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이유 병역거부 처벌’ 위헌 제청

입력 | 2002-01-29 17:48:00


양심적인 병역 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 병역법이 심판대에 올랐다.

서울지법 남부지원 형사1단독(박시환·朴時煥 부장판사)은 29일 종교상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이모씨(21)의 변호인이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자에게 양심실현의 기회를 주지 않고 처벌조항만 둔 것은 헌법상의 기본권 보장 정신에 위배된다”며 낸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받아들였다.

이와 함께 박 판사는 이씨에 대한 보석신청을 받아들여 보석 보증금 300만원에 석방했다.

박 판사는 결정문에서 “병역의 의무는 헌법상 국민의 기본의무이고 사상과 양심의 자유 및 종교의 자유 역시 헌법상 중요한 기본권”이라며 “양심적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은 병역의 의무와 사상, 양심의 자유 및 종교의 자유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 경우로 양자를 적절히 조화해 병존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 판사는 또 “현역입영거부자 처벌규정이 양심적 종교적 병역 거부자에게 아무런 제한 없이 적용된다면 사상과 양심의 자유 및 종교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이 훼손되는 것”이라며 “예외를 인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는 기본권의 보장을 규정한 헌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 판사는 “이미 대부분의 선진국을 포함한 수십개 국가에서 헌법 또는 법률로 병역거부와 대체 복무를 인정하고 있다”며 “이제 우리나라도 종교적 신념을 위해 복역을 자청하고 있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해 헌법적으로 검토할 단계에 와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10월22일 종교상의 이유로 군 입대를 거부해 병역법 위반 혐의로 12월 중순 기소됐다.

이번 결정으로 이씨의 병역법 위반에 대한 재판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정지된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