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타이어공업협회 이성은 부장은 대한상의 전경련 무역협회 등에서 업계의 애로사항을 토로할 수 있는 간담회를 쫓아다니며 몇 년 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숙원사업’이 있다. 업체들이 타이어 생산의 기초원자재로 사용되는 천연고무를 수입할 때 부과되는 관세를 폐지해달라는 것.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서 수입하는 천연고무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제품이다. 대체재가 없기 때문에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관세를 물리지 않고 있지만 한국만이 유독 1%의 관세를 고집하고 있다.
천연고무는 타이어 제조원가의 25%를 차지하는 필수 원자재이기 때문에 원가경쟁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게 업계 구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의 2대 타이어 제조업체인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연간 1억4000만달러(약 1800억원)어치의 천연고무를 수입하면서 140만달러 정도의 관세를 내고 있다.
이 부장은 “사실 1%의 관세율이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지만 주요 경쟁국이 모두 관세를 물리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만 관세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면 기운이 빠진다”고 하소연했다.
산업자원부는 이런 업계 상황을 감안해 재정경제부와 협의를 거쳐 1999년부터 2000년 상반기까지 1년반 동안 천연고무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 관세를 물리지 않았다. 할당관세란 수입 가격이 급등할 때 산업경쟁력을 고려해 일시적으로 수입 관세율을 낮춰주는 것.
그러나 올해부터는 수입가격이 다시 떨어졌다는 이유로 할당관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산자부 관계자는 “주무부처인 재경부가 세수 감소 등을 이유로 무관세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업계 건의가 일리가 있기 때문에 올해 재경부에 다시 무관세를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타이어 업체들이 원자재에 대한 관세 문제를 놓고 정부와 신경전을 벌이는 동안 해외업체들은 한국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99년 7월 수입선다변화제도 폐지 이후 수입이 허용된 일본 타이어의 한국시장 점유율은 2000년 3.5%에서 지난해 6% 정도로 높아졌다. 세계 1위 업체인 브리지스톤이 작년 8월 한국에 판매법인을 세우는 등 공격적으로 한국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일본 업체들의 점유율은 올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