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30일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외상을 경질하기로 했다고 일본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 국회 답변과정에서 다나카 외상과 다른 발언을 해 혼선을 불러일으킨 노가미 요시지(野上義二) 외무성 사무차관도 경질하기로 했다.
다나카 외상은 지난 25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자신과 '앙숙관계'인 자민당의 스즈키 무네오(鈴木宗男) 의원이 최근 도쿄(東京)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재건회의때 특정 비정부기구(NGO)의 참석을 방해한 막후실세였다고 지목했다.
이에 대해 노가미 사무차관은 "스즈키 의원의 이름을 입에 올린 적이 없다"고 부인, 야당이 2001년도 제2차 추가경정예산 심의를 보이콧하는 등 국회 파행을 초래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예산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발언을 하고 있는 외상과 사무차관의 경질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이처럼 전격적인 인사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스즈키 의원도 국회 중의원 운영위원장직을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다나카 외상은 지난해 4월말 고이즈미 정권 출범과 함께 일본의 첫 여성외상으로 기용된 지 9개월만에 낙마하는 비운을 겪게 됐다.
다나카 외상은 취임 이후부터 경솔한 발언과 튀는 행동으로 자민당 내부로부터 거센 퇴임 압력을 받아왔다.
외무성의 제1, 2인자인 다나카 외상과 노가미 차관이 경질됨으로써 다음달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일과 고이즈미 총리의 3월 방한을 앞두고 일본 외무성의 준비과정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