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이뤄진 DJP 회동을 계기로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되던 정계개편 논의가 정치권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자민련 민국당 등 3당 대표 간 사전 시나리오 설(說) 까지 등장하고 있다.
▽정계개편론의 실체=여러가지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정계개편론의 핵심은 민주당의 후보경선 이전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등 개헌론을 매개로 민주,자민련,민국당이 합당해 신당을 창당하고, 후보를 선출해 대선을 치르겠다는 것이다.
논의의 시발(始發)은 지난해부터 민주 자민련 인사들을 꾸준히 접촉해온 민국당 김윤환(金潤煥) 대표의 이른바 허주(虛舟·김 대표의 아호) 구상 이었다. 당초 그 내용은 3김(金) 연합+박근혜(朴槿惠),정몽준(鄭夢準)의원 을 통한 반(反) 이회창(李會昌) 연대 였지만 지난해말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의 회동이 별 소득없이 끝나면서 3김 연합은 무산됐다.
게다가 한나라당 박 부총재와 정 의원의 합류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정계개편의 핵(核)인 민주당마저 전당대회 일정을 확정하자 한나라당을 제외한 3당 통합으로 서둘러 그 방향을 틀게 된 것이다. 이들은 일정한 세(勢)가 형성되면 이를 바탕으로 민주당내 대선예비주자들을 압박, 신당합류를 종용하려는 계획까지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논의의 확산과 한계=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의원 등 정계개편론자들은 우선 1단계로 정계개편론의 공론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 의원이 30일 3당 합당론을 공식제기한 것이나, 중도개혁포럼 소속인 송석찬(宋錫贊)의원이 당무회의에서 2월말 이라는 합당시한까지 제시하며 공식토의를 시도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편론자들은 대선예비주자는 물론 의원들까지 개별적으로 접촉하며 신당창당 의 찬반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의도대로 과연 2월말까지 신당창당이 가능한지는 미지수다. 우선 이를 추진할 주체세력이 허약하다. 정계개편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민주당내 합의가 필요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당의 외연(外延)확대 라는 원칙에만 동의할 뿐 합당론, 개편의 시기, 조건 등에 있어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정계개편론이 민주당 외곽에서 맴돌뿐 당 중심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민주당은 이미 자체 경선구도에 돌입한 상황이다. 정계개편론에 대해 내심 우호적인 한광옥(韓光玉) 대표가 아직은 논의의 시기가 아니다 며 공론화를 미루고 있는 것도 당의 정치일정을 뒤집을 만큼 개편론이 대세을 타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자민련의 의심=합당의 또 다른 주체가 돼야할 자민련의 반응도 아직은 신통치 않다.
내각제와 범보수신당 창당을 기치로 내걸고 있지만 3당 합당에 대해서는 반대가 훨씬 많다. 조부영(趙富英) 부총재 등 관망파들도 있지만 과거 DJP 연대 식의 대선용 이합집산에는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과 중국을 다녀온 이완구(李完九) 의원은 내각제와 보수가 자민련을 지탱하고 있는 두 기둥인데 내각제만 내건다고 아무하고나 같이 갈 수 있느냐 며 지난해 9월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 문제로 공조까지 깬 것은 (민주당과의) 가치관 우주관의 대충돌때문이었음을 유념해야 한다 고 말했다.
윤영찬·박성원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