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애씨(좌), 이항애씨(우)
가전업계에서 주부 판매원의 역할은 대단하다. 한 사람이 연간 3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웬만한 대리점이 매출 10억원 올리기도 힘들고 보면 ‘걸어다니는 중견 대리점’이라 할 만하다.
어떻게 해서 이런 실적이 가능한 것일까. LG전자와 만도공조에서 ‘올해의 주부판매왕’으로 뽑힌 김정애씨(46)와 이항애씨(45)의 경우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LG전자 주부판매원 김씨는 지난해 3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가 놀라운 성과를 낸 비결은 바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빌트인(built-in) 가전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2000년부터 김씨는 아파트 건설현장을 단신으로 찾아다니며 명함을 내밀었다.
한 달 평균 사용한 명함은 1000장. 처음에는 별로 눈여겨보지 않던 건설업체 관계자들도 빌트인 가전 붐이 일면서 하나 둘 김씨를 찾기 시작했다. 김씨가 주력한 제품은 가스오븐레인지와 김치냉장고. 모두 고가의 제품인데다 한번 납품이 결정되면 대량으로 들어가게 된다.
김씨는 “빌라나 원룸의 경우 모델하우스에서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실제 매출이 결정된다”며 “사전에 건축정보를 입수해 남보다 앞서서 제안하고 선점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사후에 서비스를 철저히 하는 것은 물론이다.
만도공조 이씨는 지난해 13억2840만원 어치를 팔아 연봉 1억원 이상을 챙겼다. 그의 실적은 에어컨과 김치냉장고 단 두 제품으로 이뤄낸 것이라 더욱 값지다.
이씨만의 독특한 노하우는 고객의 대소사를 챙기는 꼼꼼함. 그는 5년 동안 자신에게서 제품을 사간 고객 가운데 기억에 남는 고객 5000명의 리스트를 갖고 있다. 이들의 결혼기념일이나 생일 때 이씨는 개인 돈을 들여서라도 사은품을 사서 보낸다. 한 번은 양면프라이팬 세트를 150만원어치 사뒀다가 고객에게 보내기도 했다.
“당연히 받을 것이라면 아무리 큰 물건도 신경 쓰지 않지만 생각지도 않았을 때 받으면 무조건 기억해준다”는 게 이씨의 말. 이렇게 고객으로 ‘포섭’되면 다음부터는 이들이 알아서 주위 사람을 소개해줘서 “고객으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