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유격수 유지현(31·사진)이 국내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연봉조정에서 구단을 이긴 선수가 됐다. 반면 외야수 이병규(28), 김재현(27)과 투수 전승남(28)은 구단 제시액대로 연봉이 조정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30일 야구회관에서 연봉조정위원회를 열고 LG구단에 유지현의 올 시즌 연봉으로 본인 요구액인 2억2000만원을 지급할 것을 결정했다.
연봉조정위원인 허구연 MBC해설위원은 “유지현의 경우 지난해 팀내 타자 연봉고과 1위로 2억원에서 1000만원 삭감을 주장한 구단 제시액보다는 2000만원 인상을 요구한 선수의 의견이 타당하다고 평가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LG구단의 한 관계자는 “선수의 연봉이 오로지 연봉고과로만 산출되는 것은 아니다. 팀 성적과 인기도, 구단의 형편 등 종합적인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KBO의 결정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따르겠다”고 밝혔다.
팀의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떨어져 이날 오사카에서 팔꿈치 수술을 받은 유지현은 “구단에는 미안하지만 후배들에게 좋은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기쁘다. 올 시즌 최선을 다해 팬과 구단에 보답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반면 이병규의 연봉은 지난해와 같은 2억원, 김재현은 1억8000만원에 각각 동결되고 전승남은 500만원이 깎인 4500만원으로 결정됐다. 조정위는 이병규가 연봉조정신청 마감일인 15일까지 본인 의견서를 내지 않아 연봉 인상에 대한 근거를 제때에 제시하지 않았고 김재현은 인상 요인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무려 1억원을 올려달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전승남은 중간 릴리프로서 지난해 28이닝을 겨우 넘긴 데다 평균자책이 7.31에 이르러 삭감 요인이 있다고 판단했다.
연봉조정신청은 지난해 7건을 포함해 총 82건이 있었는데 68건은 중도 취하됐고 나머지 14건은 모두 구단 제시액으로 조정이 됐다. 구단이 연봉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선수의 보류권을 잃게 되고 반대의 경우 선수는 임의탈퇴선수가 된다.
이날 조정위에는 이상국 KBO 사무총장, 최원현 KBO 고문 변호사, 김소식 일구회 회장, 허구연 MBC해설위원, 이희수 전 한화감독 등 5명이 참석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