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는 기업에 빌려준 은행빚이 부실화하면서 발생했다. 요즘 급증하는 개인대출은 어떤가. 개인대출이 부실해질 때를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금융연구원이 지난달 31일 개최한 정책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부동산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이 현재는 과도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앞으로 부실화할 수도 있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가계부채 증가액은 99년 30조4000억원, 2000년 52조9000억원, 2001년 1∼9월 49조4000억원 등으로 급증 추세다. 지난해 9월말엔 개인 대출잔액이 316조3000억원에 이르러 97년 말보다 50%나 늘어났다.
이 연구원 최공필 박사는 개인대출 가운데에서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에 따라 폭발적으로 늘어난 현금서비스 등이 부실의 씨앗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최 박사는 “은행권 가계대출의 부실징후 규모는 지난해 9월말 현재 전체의 1∼1.7%인 반면 신용카드 채권은 3.25∼8.6%까지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업이 늘거나 담보로 잡은 부동산 가격이 급락해 가계대출이 부실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실업대책과 함께 저금리를 유지하던 이자율이 급등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이 개인대출에 대한 충당금을 엄격히 쌓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날 “각 은행에 개인대출에 대한 충당금을 쌓는 규모를 높이도록 하겠다”면서 “모든 은행이 부동산 담보대출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갑작스러운 부동산가격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