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백악관이나 의회에 도착하는 우편물은 하나같이 색이 누렇게 바래고 과자처럼 바삭거린다.
미국 정부가 탄저균 테러 사태 이후 워싱턴 브렌트우드 집배소에 5억달러(약 6500억원)를 투입해 탄저균 소독 탐지 및 예방을 위한 특수시설을 설치한 뒤 생긴 변화다.
먼저 브렌트우드 집배소에 도착한 우편물은 섭씨 175도에서 ‘굽게 된다’. 그리고 X선으로 쬐는 과정을 거친다. 우편물에 포함될 수 있는 모든 유기물을 제거하기 위한 것. 그 다음엔 바람이 잘 통하게 우편물을 개봉하고 주차장에 마련된 천막 아래 서너 시간 동안 깔아놓는다. 소독 과정에서 생긴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해서 통상 배달시간보다 72시간이나 늦게 주인 앞으로 도착한 우편물의 색깔은 ‘링컨이 살던 시대’에나 있을 법하게 바래고, 프랭크 큄비 국무부 대변인의 말에 따르면 ‘너무 건조해 부스러질 정도’라고 워싱턴포스트가 3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일부 우편물에서는 탄내까지 난다고 전했다.
큄비 대변인은 “심각한 것은 우편물에 동봉된 디스켓이나 슬라이드 필름 등은 너무 손상돼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더 황당한 것은 의회 사무실에서 우편물을 담당하는 일부 직원들이 우편물 처리 방법이 복잡해진 뒤 메스꺼움과 피부병, 두통 등을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 당국은 직원들의 이러한 증상이 우편 처리 과정과 연관이 있는지를 조사 중이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