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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진의 톡톡스크린]에로 비디오의 패러디 제목

입력 | 2002-01-31 18:31:00


영화 ‘불후의 명작’을 보면 박중훈이 에로 비디오감독으로 나와 ‘마님 사정 볼 것 없다’(‘인정사정 볼 것 없다’)라는 패러디 에로 비디오를 찍습니다. 하지만 ‘박아사탕’(‘박하사탕)을 만들라고 하자 이렇게 말하죠.

“흉내내는 것도 한도가 있지, 그건 시대적 아픔을 그린 영환데….”

하지만 실제로는 한도가 없나 봅니다. 어제 동아일보(31일자 A 31면 휴지통)를 보신 분들은 한번쯤 웃으셨겠지만, ‘달마야 놀자’의 제목을 패러디한 에로 비디오 ‘달마야 하자’에 대해 조계종측이 “대 선사 달마를 욕되게 했다”며 항의했답니다. 제작사는 ‘엽기산장’으로 바꾸겠다고 조계종측에 약속했지만 제목이 약하다고 판단해 ‘달마다 하자’로 다시 바꾼다네요. (조계종에서 이 제목은 괜찮다고 할지 궁금하군요.)

영상물등급위에 물어보니 성인물의 제목은 음란성이 심하지 않으면 그다지 문제삼지 않는답니다. 단, ‘소녀’가 들어간 제목은 미성년자의 성관계를 떠올리므로 수정을 요구하고요.

유명 영화 제목을 패러디하면 일단 눈길을 끌 수 있어 유리하겠죠. 패러디 제목은 신속이 생명인 만큼 요즘은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에로물을 미리 찍어놓고 좋은 제목이 나오면 바로 내놓는답니다. 좋은 제목을 확보하기 위한 노하우도 있는데요, 일부러 불량 테이프에 원하는 제목을 붙여 심의를 신청해 ‘등급 보류’ 판정을 받아 놓아 다른 업자들이 이 제목을 못쓰게 하는 식이죠.

에로물에 대한 가치판단을 떠나, 에로물의 패러디 제목만 놓고 보면 ‘문화 키워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유난히 ‘조폭 영화’붐이 거셌던 지난해에는 제목에 ‘조폭’이 들어간 에로물도 많았죠. ‘조폭 여편네’(‘조폭 마누라’)부터 ‘조폭의 달밤’(‘신라의 달밤’)까지 예닐곱편이 족히 되더군요. ‘엽기적인 색녀’(‘엽기적인 그녀’), ‘하리순’(‘하리수’), ‘시다바리’(‘친구’) ‘여인천국’, ‘뭬야?’(‘여인천하’), ‘에로관심법’(궁예의 ‘관심법’) 등이 유행을 반영한 제목들이죠.

몇 년전만 해도 ‘라이언일병과 하기’(‘라이언일병 구하기’)처럼 외화 제목을 패러디한 에로물이 많았는데요, 한국 영화 제목이 많아진 것도 큰 변화죠. 초기에는 고소하겠다고 펄펄 뛰던 영화사도 이제는 패러디 제목을 ‘인기의 바로미터’로 여길 정도입니다.

음, 그럼 ‘인기 컬럼’(^^;)인 ‘톡톡 스크린’의 ‘에로버전’은 뭘까요? 어느 에로물 업자는“‘○○ 스크린’이면 되겠네요”라고 하던데. (차마 쓸 순 없으니 상상에….)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