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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프랑수아즈 사강 "나를 파멸시킬 권리…"

입력 | 2002-01-31 19:23:00


프랑수아즈 사강.

한국의 50, 60대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소르본 대학에 재학 중이던 1954년 18세의 나이로 ‘슬픔이여 안녕(Bonjour Tristesse)’이란 세계적 베스트 셀러를 썼던 프랑스 여류작가. 통속소설을 썼으나 결코 통속작가라고 할 수 없었던 사강씨는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현대인의 사랑과 고독, 그리고 방황을 경쾌한 필치로 그려내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의 ‘어떤 미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찬 물 속의 한 줄기 햇살’ 등은 지금도 널리 읽히고 있다. 작은 몸매에 짧은 머리의 사강씨는 젊어서 한때 술과 마약, 스피드, 도박에 탐닉했다. 그는 자유롭고 얽매이지 않는 삶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다.

그런 사강씨가 탈세범으로 기소돼 1월29일 파리의 한 법정에서 징역형과 5만유로(약 5700만원)의 벌금형을 구형받았다. 징역형의 기간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사강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공판에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그가 67세의 나이로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 징역형의 집행은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선고 공판은 26일.

프랑스 세무당국은 사강씨가 화재로 일부가 불탄 북부 프랑스의 자택을 수리하면서 건설회사에 수리비로 지불한 출처 불명의 돈 76만2000유로(약 8억7600만원)를 세무서에 신고하지 않았다며 그를 고발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그는 돈의 출처에 대해 “화재 보험회사에서 받은 보험금”이라고 했다가 “친구에게 빌린 돈”이라고 하는 등 말이 오락가락했다.

사강씨는 95년 2월에도 코카인 복용 혐의로 징역형과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그는 “나는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내 자신을 파멸시킬 권리가 있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청춘의 우상, 그리고 프랑스적 낭만의 상징이었던 그의 방황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일까. 르 피가로 등 프랑스 언론은 30일 탈세범으로 전락한 그의 공판 소식을 상세히 전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