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 위니아의 한 선수가 골문 정면에서 슛을 하려 하자 현대오일뱅커스의 선수들이 에워싸며 수비하고 있다.
경기 시작 2분28초 만에 한라 위니아 이호정이 선제골을 넣으면서 분위기는 한라 쪽으로 기울었다. 이어 9분10초에 이종훈-이호정-신현대로 이어지는 그림 같은 삼각패스로 추가골. 5분 뒤 다시 신현대가 찔러준 퍽을 문전 앞에서 이호정이 가볍게 밀어넣으며 1피리어드 스코어는 순식간에 3-0으로 벌어졌다.
2피리어드부터는 그야말로 ‘연습 게임’을 연상케 할 정도로 한라의 상승세. 1피리어드에서 탄탄한 조직력과 패스워크로 상대 방어벽을 무너뜨린 한라는 현대 선수들을 ‘손 안에 갖고 놀며’ 골 세례를 퍼부었다. 2피리어드 중반까지 7-0.
3골 차로 벌어지면서부터 의욕을 상실하기 시작한 현대 선수들은 게임을 포기하는 듯한 성의 없는 플레이로 일관하며 한라 선수들의 잇따른 골 세리머니를 물끄러미 쳐다봐야 했다.한라 위니아가 ‘빙판의 왕중왕’을 가리는 2001∼2002 강원도컵 코리아 아이스하키리그 챔피언결정(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대승을 거뒀다.
한라는 1일 목동실내링크에서 열린 경기에서 이종훈과 이호정, 신현대 트리오가 초반부터 현대 수비진을 거세게 몰아붙이며 승세를 잡아 7-4로 이겼다. 한라의 주전 포워드 이호정은 해트트릭까지 기록하며 무려 5포인트(3골 2어시스트)로 펄펄 날아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당초 현대의 패기와 한라의 조직력 싸움으로 예상된 승부. 하지만 지난해 챔피언 자리를 현대에 내주고 1년간 설욕을 별러온 한라는 경기 전 팀 미팅에서 결의를 다지며 오히려 정신력과 패기에서 현대 선수들을 압도했다. 더구나 한라는 천신만고 끝에 이긴 플레이오프에서 몸싸움에 능하고 스피드가 빠른 연세대를 상대했던 터라 ‘얌전한’ 현대는 훨씬 쉬운 파트너였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