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초기 발생한 미군의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 당시 300여명의 민간인에게 사격을 가했다는 내용의 ‘전쟁일지(war diary)’가 현장의 미군 부대에 의해 작성됐다는 새로운 증언이 나왔다.
노근리사건 피해자 변호인인 마이클 최 변호사는 1일 “미 육군 감찰관실에서 넘겨받은 노근리 조사기록에서 당시 전쟁일지를 작성했다는 한 병사의 증언을 발견했다”며 “미 국방부에 증언자의 신원과 누락된 조사기록 등을 공개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조사기록에 따르면 노근리에 주둔했던 미군의 중대본부 행정병인 증언자는 “대위(중대장)의 명령으로 지휘부 천막에 갔다가 손으로 적은 사건 보고서를 우연히 봤다”며 “보고서에는 그들(미군)이 길을 따라 내려오는 300여명의 민간인에게 사격을 가했다고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증언자는 또 “하루쯤 지나서 그것을 전쟁일지에 다시 타이핑해서 옮겼기 때문에 그 특별한 항목을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이로써 다른 한국전 참전부대들과는 달리 유독 노근리 주둔 부대만 전쟁일지가 없다는 미군측 주장의 허구성이 드러났다”며 “미 민사소송법상 증거가 없으면 증거 작성자의 증언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규정을 원용할 수 있어 사건의 진상 규명에 한걸음 더 다가선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조사기록 공개를 감찰관실에 요구해 지난해 9∼11월 3차례 900여쪽을 넘겨받았으나 일부 기록은 아예 누락됐고 이름, 사회보장번호, 주소 등 증언자의 신원을 비롯한 핵심 내용이 대거 삭제돼 있었다”며 “지난해 11월 말 미 국방부를 상대로 조사기록의 완전한 공개를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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