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가 가벼운 환자부터 심한 정신적 갈등을 겪는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이 정신과 진료실을 찾는다. 고부간의 갈등, 부부간의 성격차, 사업 실패, 대인관계의 문제점…. 수많은 세상사만큼이나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힘겨워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현실적인 문제를 원하는 대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는 상황에 적응하지 못할 때가 많다. 전문의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적인 상담 등을 통해 도와 주려 해 보지만 신통한 결과를 얻기란 매우 힘들다.
어떻게 하면 환자를 도울 수 있을까를 두고 고민하던 중 우연히 명상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명상을 하면서 함께 수행하는 동료의 성격이나 생활 방식,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 등이 변화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바로 이것이구나!’ 정신과를 찾는 환자에게 명상을 활용해 보기로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가정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직장에서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 자신의 주장이 너무 강해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명상과 도덕경 토론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의사로서 환자의 상태가 좋아지는 것을 확인하는 기쁨도 커졌다.
최근에는 이혼 직전에 있는 30대 초반의 부부가 토론에 참여했다. 어렵게 결혼했으나 성격차로 심한 갈등을 빚었다. 열심히 도덕경 토론에 참여한 결과 부부는 ‘이혼 계획’을 접고 ‘출산 계획’을 세워 옥동자를 낳았다.
마음을 치유하고 변화시키는 일이 일반인의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명상과 도덕경을 설명하는 일도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만큼 어렵다. 그러나 결코 논리적이라고 할 수 없는 명상을 통해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는 대인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천하(天下)가 개지미지위미(皆知美之爲美)하면 사오이(斯惡已)요, 개지선지위선(皆知善之爲善)하면 사불선이(斯不善已)이다(세상 사람들이 모두 아름다운 것만을 아름답다고 한다면 이것이 바로 추한 것이요, 선한 것만을 선하다고 한다면 그것이 바로 선하지 못함이다·도덕경 2장 첫 글귀).
지나친 욕심과 자기중심적인 잣대를 버리면 마음도 건강해지고 대인관계도 좋아진다.
이정호(인제대 의대 상계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