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불어만 가는 몸무게, 축 늘어지는 허리와 뱃살….
스스로 ‘다이어트 전선의 낙오자’라며 자포자기했던 김모씨(47·여).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고혈압과 당뇨병, 퇴행성 관절염 증세가 있다는 건강검진 결과를 받았다. 주범은 다름아닌 비만. 적당한 운동과 식이요법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소견이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당뇨와 고혈압 등 성인병 환자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같은 성인병의 약 50%는 비만에서 비롯된다는 게 의료계의 시각. 운동과 식이요법만으로 비만에서 탈출하는 비율은 고작 10%,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도 50%를 넘지 못한다.
김씨처럼 비만 환자면서 관련 질환을 앓는 사람이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좋아지지 않는다면 약물치료를 받는 게 효과적이다. 현재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비만치료제로는 로슈사의 ‘제니칼’과 애보트사의 ‘리덕틸’이 있다. 3년 전에는 10가지 이상의 비만치료제가 있었으나 현재는 자취를 감췄다. 제니칼과 리덕틸이 훨씬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으며 2년 정도 복용해도 안전하다는 임상 자료가 이들을 ‘보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니칼과 리덕틸은 몸속에서 작동하는 원리가 다르다. 우선 제니칼은 지방이 몸속으로 흡수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육식을 많이 하거나 잦은 외식으로 지방 섭취량이 많은 사람에게 효과적이다. 전신 부작용이 없고 고지혈증이나 당뇨병 환자도 사용할 수 있다. 지방변을 보는 부작용은 있지만 변비 환자에게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
리덕틸은 식욕을 억제해서 비만을 치료하는 약제이다. 특히 한국의 중년 여성처럼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에게 좋다. 또 제니칼이 식사할 때마다 먹어야 한다면 리덕틸은 하루 한 번만 복용해도 된다. 혈압을 높이고 같이 먹어서는 안될 약제가 있다는 게 단점.
그러나 최고의 비만치료제는 역시 적절한 운동과 식이요법이다. 운동과 식이요법 없이 약만 복용하는 사람은 대부분 다시 살이 찐다. 또 시중에 떠도는 대부분의 비만 약제는 치료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거나 많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자료제공 의학교육사이트 버추얼엠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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