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북중미골드컵축구대회를 4위로 마감한 거스 히딩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사진)의 얼굴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 경기를 마친 후 가진 인터뷰 도중 한국의 실점 상황을 분석하면서 “멍청한(Stupid)’이라는 표현도 거침없이 사용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축구의 미래가 비관적이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골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큰 문제지만 일단 골 찬스는 끊임없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만큼 해외파 선수들이 정상 가동되면 골 결정력 부족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번 대회 한국팀을 자체 평가한다면….
“세계 수준과 비교해 ‘순진한(innoc-ent)’ 경기를 펼쳤다. 경기를 잘 하고도 마무리를 못하면 무슨 소용인가. 스트라이커들에게 ‘킬러 본능’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삼 강조한다. 하지만 경기를 이끌어 가는 내용은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월드컵 때까지 해외파 선수들이 합류해 조직력을 재정비하면 충분히 희망이 있다.”
-캐나다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느낀 점이라면….
“캐나다 수비라인이 서로 소리를 질러가며 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그런 소통이 부족했고 이 부분이 집중력 약화로 연결됐다. 아울러 팀에 ‘악동’역을 떠맡을 리더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너무 얌전하기만 하다. 보다 도발적인 경기를 해야 한다.”
-팀 리더로서 홍명보를 어떻게 생각하나.
“그를 뺀 게 아니라 부상이어서 회복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코치진과 수시로 연락하고 있다.”
-골결정력 강화 방안은….
“유럽과 일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합류하면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본다.”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 대표팀 훈련 청사진이 있나.
“3월 유럽 전지훈련 때부터는 월드컵 본선 1회전에서 상대할 각 나라의 특성을 감안해 ‘맞춤식’ 전술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베스트11은 월드컵 엔트리 제출 하루 전 결정할 방침이나 베스트 23이 정확한 표현이다. 선수 라인업은 이미 90% 이상 확정됐다. 의외의 선수가 한명쯤 합류할 수도 있으니 놀라지 말라.”
-만약 2006년 월드컵 때까지 계속 대표팀 감독을 맡는다면 한국축구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릴 자신이 있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으로 말하자면 현재 43위에서 세계 10위 내지 15위까지 가능하다고 본다. 현재 한국대표팀은 젊은 팀이다. 경험을 쌓고 시간적 여유를 갖고 전술을 가다듬는다면 세계 수준의 팀이 될 것이다.”
로스앤젤레스〓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