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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공영성 도마위에 올라…

입력 | 2002-02-03 17:43:00


KBS가 ‘이용호 게이트’와 1·29 개각의 여파로 공영성과 정체성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이철성 라디오 편성부장이 게이트에 깊숙히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데 이어 조순용 보도국 편집2주간이 청와대 정무수석 비서관으로 나가자 “공영방송 KBS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 특히 이러한 일들은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공정 공영 방송’의 좌표를 제시해야할 KBS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주 초 지앤지(G&G)그룹 이용호 회장이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씨에게 접근하기 위해 김씨와 친한 것으로 알려진 이철성 부장에게 지난해 6월경 1000만원을 주었고 5억원짜리 통장으로 함께 주식거래를 했다는 사실이 특검팀에 의해 밝혀졌다.

게다가 이 부장은 특검팀의 수사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해 12월 중순 회사 추천으로 호주의 공영방송인 SBS로 연수를 떠나 KBS가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이 부장을 해외로 보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부장은 특검팀 발표 직후 호주 현지에서 팩시밀리 전문으로 사표를 냈다. 그는 1일 오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사건으로 KBS에 누를 끼친 것 같아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KBS는 또 지난해 7월24일 1TV ‘클로즈업 오늘’을 통해 이용호씨 인터뷰를 내보냈다가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자 ‘관리 감독 소홀’ 등으로 제작진을 징계한 바 있다. KBS의 한 간부는“‘클로즈업 오늘’사건 때 고위 간부와 이씨의 ‘교감설’이 떠돌았다”고 말했다.

조순용 주간의 정무수석 입성을 둘러싸고는 KBS 안팎에서 선거 보도의 공정성 시비를 우려하고 있다. 정무수석의 임무가 정치권에 대한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것이어서선거 보도때 조 수석의 입김이 방송사에 작용할 우려가 높다는 것.

특히 KBS 내부에서는 조 수석이 정치부장으로 있던 지난해 6월 안동수 전 법무부장관의 ‘충성 메모 파문’ 당일 메인뉴스인 ‘뉴스 9’에서 다루지 않았다고 노보의 지적을 받는 등 내홍을 겪은 점을 들어 조 수석의 ‘정치성’을 우려하고 있다. KBS 기자협회는 이에 대해 보도국 간부진에게 항의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 방송학자는 “두 사건은 정권의 그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한국 공영방송의 현주소를 보여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