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 한반도 문제에 대해선 ‘백지’에 가까울 정도로 식견이 없는 편이었다. 그런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위험을 심각한 것으로 인식하고 대북 강경기조를 추구하도록 ‘입력’한 인물들은 누구일까.
미국의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은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과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을 그 주역으로 꼽는다.
월포위츠 부장관은 예일대 교수를 거쳐 국무부 정책기획실장과 동아태 담당 차관보, 국방부 정책담당차관보를 역임하면서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 문제를 외교와 군사 측면에서 다각도로 다뤄왔다.
그는 입각 전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장으로 있을 때도 당시 북-미간 제네바 기본합의 재협상을 주장하고,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을 신랄히 비판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월포위츠 부장관은 북한을 오래 전에 망했어야 할 실패한 정권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린턴 행정부가 ‘당근’을 줘서 연명시켰고 버릇까지 나쁘게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미티지 부장관은 99년 2월 공화당의 대북정책을 집대성한 이른바 ‘아미티지 보고서’의 주인공. 이 보고서는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하되 북한의 호응이 없을 경우 제재하는 것이 골자다. 제재 방법으로는 미군 증강과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 등 억지력 강화를 1차적 대안으로 내놓고, 북한의 핵 의혹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과 북한 미사일을 선적한 화물선의 공해상 나포 등을 검토 대상으로 제시했었다.
이들 외에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부 장관은 MD체제 구축을 위해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고 있으나 엄밀히 말해 한반도통은 아니다. 백악관에선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고문이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는 2000년 대통령 선거 유세 당시 부시 후보의 외교안보고문으로 일찌감치 북한을 ‘불량정권’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뉴욕〓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