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에서 댄스로, 다시 발라드로.
가수 홍경민이 데뷔 이후 5년간 보인 음반 행보다. 1997년 로커로 데뷔했다가 댄스 가수로 인기 정상에 오르더니 최근에는 발라드를 내세웠다.
홍경민은 이번 새음반(5집)에서 리듬앤블루스풍이 짙은 발라드 ‘후(後)’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
그 이유는 댄스 가수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게 걱정됐기 때문이다. 3집 라틴 댄스곡 ‘흔들린 우정’으로 각광받으며 ‘춤추는 로커’로 불리며 무명 시절을 벗어났으나 “댄스는 내 길이 아니다”고 말한다.
‘후’는 록보컬을 연마한 홍경민의 허스키 음색이 발라드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더 매력적임을 보여준다. 특히 보컬의 깔끔한 감정 처리가 돋보인다.
“아직 멀었어요. (김)건모형에 비하면. 변화를 시도하면서 건모형의 노래를 ‘참고’했어요. 아직 나는 리듬앤블루스의 느낌을 살리는 창법을 완전히 터득하지 못했어요.”
그는 6개월 가까이 걸린 음반 작업 기간 내내 비트(박자)의 변화에 따른 느낌, 발라드 발성의 특징을 연구하는데 쏟았다. 그 결과 “이 음반은 내 음악의 좌표”라는 확신이 들었고 타이틀곡도 발라드를 고집했다.
수록곡 ‘나만의 바램’ ‘12월에서 2월까지’ ‘너의 표정’ 등은 ‘홍경민 표 발라드’의 윤곽을 그려주는 노래들. ‘홍경민표 발라드’는 경쾌하고 산뜻한 우수와 처지지 않는 감정 처리 등이 특징이다. ‘12월에서 2월까지’를 비롯해 홍경민이 직접 작사 작곡한 ‘너의 표정’은 가수의 발라드 관(觀)을 엿볼 수 있다.
그는 “발라드는 슬픔을 담는 노래 그릇이지만 마냥 흐느끼는 것만으로 듣는 이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음반에는 댄스곡도 절반 가량 있다. 음반의 구성상 강약의 효과를 위한 것이다. 두번째 수록된 ‘미안해’는 ‘흔들린 우정’을 연상케 하고 ‘왜’는 1990년대 중반 유행한 유로 댄스의 전형으로 음반 프로듀서 김창환의 입김이 여전히 크게 보인다.
홍경민은 3집 ‘흔들린 우정’으로 뜬 이후 “정신없이 몰아쳐와 기(氣)가 빠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댄스와 TV 오락프로 출연 등으로 얻은 인기를 결산해보면 ‘발라드 고정팬’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과도한 TV 출연은 발라드 팬층인 20대 초중반 여성들의 집중력이 떨어트린다.
새음반에서 발라드로 이적한 것도 이런 이유. 올해 봄 26개월 군복무를 앞두고 있는 그에게 이런 변화는 성인 취향의 노래로 복귀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병역 문제 때문에 내 음악적 변화는 늘 두번째로 이야기된다. 누구나 가야할 병역 문제가 논란이 되는 자체가 서글픈 일”이라고 말했다.
허엽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