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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은행들 “투자銀 사업 金봤다”…수백억씩 수익

입력 | 2002-02-05 17:38:00


입행 3년 차인 하나은행 윤모씨(29)의 꿈은 ‘투자은행팀’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다.

동료들 사이에 ‘귀족 은행원’으로 불리는 이 부서 직원들은 은행내부에서 특별 인사관리 대상. 여러 보직을 돌지 않고 한 부서에서만 근무한다. 작년 말에는 20여명의 팀원이 1인당 1억원꼴로 성과급을 받았다.

한빛은행의 투자은행(Investment Banking) 업무조직인 종합금융단도 “올해부터 성과급체제를 확실히 적용해 은행장보다 연봉이 많은 직원이 나오게 만들겠다”는 이덕훈 행장의 말에 한껏 부풀어 있다. 작년에만 111억원의 수익을 냈기 때문에 충분히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원들 사이에 ‘신(新)귀족층’이 형성되고 있다. 투자은행업무 담당자들이다. 인수합병(M&A), 신디케이트론(협조융자), 자산유동화증권(ABS),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채권투자 등 초대형 거래만 하는 사람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순이익이 3256억원(잠정)으로 임직원 전체로 따지면 1인당 순이익규모가 9300만원인데 비해 투자은행팀은 1인당 10억원가량이나 됐다.

팀원들은 스스로 ‘은행의 미래’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주위의 시샘도 적지 않다.

▽외국금융기관이 주도하는 투자은행시장〓메릴린치 골드만삭스 JP모건 살로먼스미스바니(SSB) 모건스탠리…. 흔히 우리가 증권사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세계금융시장을 주름잡는 대형 투자은행들이다. 그동안 투자은행이라는 용어가 국내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다 보니 편의상 ‘증권사’로 번역해 온 것.

이들은 대규모 자본과 축적된 금융노하우를 바탕으로 은행과 증권업무를 결합시켜 그동안 엄청난 수익을 냈다. 투자은행 업무의 가장 큰 장점은 적은 인력과 비용으로 많은 수익을 낸다는 것. 대형 인수합병이나 주식 및 회사채발행 등은 건당 수수료만 수백억원에 이른다.

하이닉스가 작년 봄 12억5000만달러의 해외주식예탁증서(GDR)를 발행할 때 주간사인 SSB가 받은 수수료는 무려 5000만달러(약 650억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은행으로서는 하나은행이 97년5월 처음으로 투자은행팀을 발족시켰다. 그러나 외환위기로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일감을 찾지 못해 98년 말까지는 월급만 축내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 5년여가 지난 현재 이 팀은 하나은행 내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부서로 탈바꿈했다. 현재 이 시장에 국민 산업 한빛 조흥은행 등이 출사표를 던지며 경쟁하고 있다.

▽은행돈을 빌려 M&A 참여한다〓외국금융기관은 국내에서도 시장을 잠식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투자그룹인 칼라일-JP모건 컨소시엄은 금호산업의 타이어사업부문을 인수하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금액은 1조50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그러나 칼라일 컨소시엄은 50%만 현금을 들여오고 나머지 50%는 국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예정이다. 이처럼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LBO(Leverage Buy-Out)가 국내에서도 상당히 활성화됐다.

지난해 UBS컨소시엄이 해태제과를 4150억원에 인수할 때도 국내 채권단이 2900억원을 대출해줬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금액 대비 수익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외국에서는 인수대금의 70%까지 대출해주고 있다.

기업구조조정 시장에 진출해 출자전환과 대출을 섞는 방법도 선보였다. 하나은행은 최근 보루네오가구의 무담보 여신을 갖고 있던 콜로니얼 캐피털이 415억원을 출자전환할 때 교보 대한생명과 함께 430억원을 대출해줬다.

▽SOC 프로젝트파이낸싱 활발〓과거 항만과 터널, 고속도로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건설공사는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 그러나 정부의 재원조달에 한계가 있는 데다 사업에 ‘손익개념’을 강화하기 위해 민간을 끌어들이고 있다.

은행과 보험사도 금리하락과 기업부도 위험으로 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새로운 자산운용처로 각광받고 있다.

지하철과 국철이 함께 있는 경기도 수원역사 리모델링, 인천국제공항 KAL호텔, 서울외곽순환도로, 우면산터널 건설 등은 여러 금융기관이 대출금을 분담해 추진된 사업.

PF는 기본적으로 미래의 매출과 현금흐름(FCF)을 추정해 이뤄진다. 미래에 벌어들일 돈으로 대출원리금을 상환하는 방식이어서 ABS와 비슷한 구조를 갖는다.

특히 SOC사업은 정부가 사업초기 추정한 미래매출액의 90%를 보장하고 매출액이 이에 모자랄 경우 보전하고 있어 안전성도 높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