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反美)적인 대응으로 치닫는 것도 문제지만 대미 추종 일변도의 자세도 위험한 태도입니다.”
통일문제 민간 논의기구인 ‘평화포럼’을 이끌고 있는 강원용(姜元龍)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은 5일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북-미관계 악화사태를 ‘민족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라고 규정, 정쟁(政爭)을 떠난 여야의 초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문제를 국제적 논의의 틀 속에서 다루도록 우리 정부가 미국과 북한을 함께 설득할 것을 제안했다. 다음은 문답 요지.
-최근 북-미관계 악화의 원인을 어떻게 보나.
“미국이 북한을 반(反)테러전 대상에 포함시킬 것이란 점은 9·11 테러사건 직후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미국은 반테러전이 기독교 대 이슬람교 진영간의 ‘문명충돌’로 보일 것을 우려해 왔다. 미국의 진짜 목표는 이란과 이라크지만 이런 비난을 피하기 위해 북한을 끌어들였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의 대처방안에 대한 제언이 있다면….
“전쟁 가능성이 1%라 해도 우리 민족의 절멸(絶滅)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94년 핵위기 때 북한이 미국의 북폭 계획에 대해 남측을 선제공격하겠다고 맞섰던 일촉즉발의 상황을 상기해야 한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동북아 안보에도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남북한과 주변 4강국이 참여하는 ‘2+4 회의’ 등 국제적 논의의 틀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미국과 북한을 함께 설득해야 한다.”
-미국이나 북한이 다자간 틀을 통한 협상에 응할까.
“북한도 체면상 강경대응자세를 보이고 있으나 상황의 심각성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도 아프가니스탄 공격 때는 명분이 있었지만 북한을 압박해 분쟁을 유발시키면 국제적으로 고립될 것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 중국 러시아 등도 한반도 평화를 원하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대량살상무기 논의에 응하도록 북한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 정부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면….
“대미 외교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남북관계를 다루는 데도 근본적 문제가 있었다. 과거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동방정책을 추진할 때 야당에도 모든 비밀을 다 터놓고 협의해 협조를 끌어냈고 이 때문에 정권이 바뀐 뒤에도 일관성 있는 정책이 추진됐다. 현 정부는 이런 노력을 소홀히 한 채 통일문제를 정권의 공로로 삼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지금이라도 여야 총재회담을 갖는 등 초당적인 협의 채널을 가동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동관기자 dk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