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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잃은 ‘햇볕’…DJ 남북대화 ‘美역할’ 강조

입력 | 2002-02-05 18:02:00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심각한 딜레마에 빠뜨리고 있다.

김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상호보완적 발전을 강조해왔다. 남북이든 북-미든 한쪽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하면 다른 쪽 바퀴도 따라서 잘 굴러갈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북-미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해왔던 김 대통령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김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남북 및 북-미관계가 모두 정체되자 “북-미대화가 재개되면 남북대화도 재개될 것”이라며 미국의 역할론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9·11 테러’ 이후 국제정세가 급변하자, 김 대통령은 전략을 다소 수정해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향해 반(反)테러에 동참해 북-미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으라고 촉구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9월13일 제5차 남북 장관급 회담을 며칠 앞두고 “회담에서 남북 공동의 반테러 선언을 채택하자”고 제안한 것. 이 제안은 실현되지 못했다. 또 지난달 연두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북한의 체면을 살려주는 게 좋겠다”는 대미 제안도 미 측에 의해 일축됐다.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대북정책은 대테러전쟁이란 세계전략의 틀 속으로 완전히 흡수돼 버렸다”며 “햇볕정책과 미국의 대테러 전략 간의 정책적 괴리를 해소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