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할 거리가 아직도 남았어?”
1998년 5월6일 첫 방송이 나간 후 올해로 4주년을 맞는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제작진(목 오후 7·10)이 그동안 자주 들어온 말이다.
한국이라는 좁은 땅 덩어리. 기획 당시부터 제일 걱정스러운 건 바로 소재였다. 지금도 쓸만한 아이템을 잡기위해 VJ들은 팔도 유람 중이고, 작가들은 사무실에서 엉덩이가 짓무르도록 제보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 ‘순간포착…’은 대부분 시청자의 제보로 이루어지고 있다. “세상에 이런일인교?” “아따∼ 우째 이런 일이 담당자 좀 바꿔 보쇼잉?” “시방 거기가 시상에 이런 일이 맞남유?” 등등.
구수한 사투리에 담긴 제보야말로 ‘순간포착…’을 이끌어 가는 힘이다. 제목은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내용을 연상케하지만, 100% VJ시스템으로 만들어지는 ‘순간포착…’의 6mm 카메라가 포착하려는 순간은 우리네 이웃의 이야기이다. 별난 사람이건, 동물이건, 미스테리건, 그 출발점과 도착점은 모두 같다.
지난해 가을 방송된 앞다리가 없는 선청성 기형 강아지 ‘흰멍이’의 경우도 그랬다. 방송이 나가고 셀 수 없이 쏟아지는 시청자의 성원에 힘입어, 흰멍이는 보조 장구를 달게 됐다. 흰멍이가 네 발로 걷는 장면이 방송된 뒤 어느 날 새벽, 우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한 교민의 전화를 받았다.
그 아주머니는 연신 고맙다고 했다. 미국 방송에서 한국의 보신탕 문화를 비판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낸 후 현지인들의 따가운 시선때문에 운영난을 겪다가, 슈퍼마켓에서 흰멍이가 나온 ‘순간포착…’의 비디오 테이프를 틀고 다시 손님이 찾고있다는 얘기였다.
도통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꽝’(불방) 퍼레이드. 그 와중에도 아이템 얘기만 나오면 어느새 신이 나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그 미국 교민과 같은 시청자가 있기때문일 것이다.
최낙현(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