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朴正熙) 대통령 시절 해외에서 망명생활을 하며 정부를 비판하다 실종된 김형욱(金炯旭) 전 중앙정보부장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겼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9부(최진수·崔珍洙 부장판사)는 5일 김씨의 부인 신영순씨(71) 등 가족 4명이 “남편 소유였던 서울 성북구 삼선동 땅을 국가가 몰수해 되찾지 못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8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가가 헌법에 위배되는 법률을 토대로 김씨의 땅을 몰수해 부당이득을 얻었으므로 이를 유족들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79년 프랑스 파리에서 실종된 뒤 82년 열린 궐석재판에서 ‘반국가행위자 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죄로 징역 7년 및 자격정지 7년이 선고되면서 삼선동 땅 1369㎡ 등 부동산과 주식을 몰수당했다.
김씨는 96년 특별조치법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무죄가 선고됐다.
유족들은 95년부터 소송을 제기해 3년 뒤 300억원대로 알려진 몰수재산을 되찾았지만 삼선동 땅의 경우 국가에서 신동아건설로 소유권이 넘어갔다가 이 건설회사의 연립주택 입주자들에게로 다시 소유권이 넘어가는 바람에 되찾지 못하자 소송을 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