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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타임머신 타고 18세기 '얼음왕국' 속으로…

입력 | 2002-02-06 18:46:00

동화의 나라에 온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만큼 환상적인북미대륙 유일의 성곽도시 캐나다 올드 퀘벡



오전 8시32분 캐나다 퀘벡시티 국제공항. 마중나온 관광청 직원 샤론이 가장 먼저 묻는 말, “모자 장갑 가져오셨어요?” 바깥 기온은 영하 22도. 한여름 생선냉동고에서 느꼈던 ‘소름 같은 한기’ 그대로였다.

새벽 비행기로 날아간 퀘벡시티. 상공에서 내려다본 주변은 하얗게 눈으로 뒤덮인 평원이었다. 인상적인 것은 온통 유빙으로 뒤덮인 세인트 로렌스강. 북극해가 연상됐다. 1m 두께로 얼어붙는 이 강. 그래서 강을 오가는 페리는 얼음을 깨는 쇄빙선이라고 한다.

‘윈터 카나발(Winter Carnaval)’이 열리는 곳은 ‘올드퀘벡(Vieux Qu´ebec)’이라 불리는 성곽 주변. 공항에서 자동차로 30분 걸렸다. 온통 눈에 파묻힌 도시, 크리스마스 카드 속 풍경처럼 평화로웠다. “눈이요, 평균 3.5m나 내려요. 그래도 올 겨울은 덜하네요. 평소 같으면 제설차가 치운 눈 때문에 도로 안쪽 주택이 전혀 보이지 않거든요.”

캐나다 올드퀘벡의 윈터 카나발

미국 중부의 미시간주에서 태어나 결혼후 이 곳에 정착, 20여년째 산다는 샤론씨. 눈쌓인 풍경이 예쁘다고 하자 자신은 추위에 지쳐 정년퇴직하면 상하의 플로리다로 가고 싶다며 웃었다. 아침 신문을 보니 과연 그럴 만했다. 이날 이곳은 최저 영하 24도, 최고 영하 8도인데 플로리다(마이애미)는 21∼26도였다.

퀘벡시티(퀘벡주 수도)는 북미대륙에 건너온 프랑스 개척민이 최초(1608년)로 정착한 곳으로 ‘북미의 지브롤터’라 불리는 전략 요충지. 그래서 프랑스인은 성을 쌓기 시작(1820년)했고 덕분에 ‘올드퀘벡’은 북미대륙에 단 하나뿐인 성곽도시가 됐다.

짐을 푼 힐튼 퀘벡 호텔에서는 세인트루이스강과 강을 끼고 동그랗게 성곽(총연장 4.6㎞)에 둘러싸인 올드퀘벡이 한 눈에 내려다보였다.

축제 개막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눈조각과 얼음성(城)이 들어선 의사당 앞을 지나 아치형의 성문 생루이를 통과해 올드퀘벡으로 들어섰다. 고풍스러운 건물이 다닥다닥 붙은 좁은 거리, 앙증맞은 구식간판이 도열한 거리. 타임머신에 실려 18세기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1985년 유네스코의‘인류문화유산(WorldHeritage)’에 등록될 만큼 전통건축물이 잘 보존된 고성도시는 들어선 후 닷새 후 떠날 때까지 이 곳이 캐나다라는 사실을 깡그리 잊게 할 정도였다.

이 고도에서는 누구나 시간여행자가 된다. 줄곧 걸어서 돌아본 어퍼타운(Uppertown·올드퀘벡 성안 도시). 기대 밖 흥미의 연속으로 지루하지 않다. 생루이 거리의 끝은 세인트 로렌스강이 내려다 보이는 성벽 위. 샤토 프롱트낙 호텔 앞이다. 19세기 말 대륙횡단철도를 놓은 캐나디안 패시픽 철도회사가 지은 프랑스 고성풍의 이 호텔. 퀘벡시티의 랜드마크(상징건물)나 다름없는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조명으로 지붕을 밝힌 샤토 프롱트낙의 야경을 못보았다면 퀘벡여행은 무효다.

호텔 앞 넓은 마당(테라스 뒤퍼린). 스케이트장에 썰매용 얼음레일도 보인다. 수십미터 성벽 아래는 로워타운(Lowert-own). 여기서 올려다본 성곽과 샤토. 에딘버러(스코틀랜드) 고성을 그대로 빼닮았다. 샤토에서 로워타운으로 내려가는 길은 두 개. 후니쿨라(바닥고정식 케이블카)와 계단, 어느 것을 이용해도 ‘프티 샹플랭’ 골목으로 통한다.

100m나 될까,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의 모차르트 생가 앞 상점골목을 연상케 하는 이곳. 그림동화책의 골목처럼 예쁘다. 30여개 상점에서는 목각 등 갖가지 기념품을 판다. 세인트 루이스강 페리선착장(올드 포트)은 길건너. 페리는 유빙을 가로질러 10분 만에 강을 건넜다. 갑판에서 바라다본 올드퀘벡. 르네상스와 고딕양식의 유럽풍 건축물이 이룬 스카이라인은 멀어질수록 명료했다.

얼음과 눈으로만 지은 아이스호텔(퀘벡주 뒤세네)내 스위트룸 내부. 침대 소파 탁자 TV 스탠드 등 가구 역시 얼음으로 만들어졌다. 잠은 슬리핑백에 들어가 모피가 깔린 얼음침대에서 잔다.

선착장에서 큰 길로 5분쯤 가면 ‘뮈제 드 시빌리자시옹’(박물관)이다. 문화와 예술을 중시하는 전통이 프랑스보다 더 강하다고 자부하는 퀘벡주민들. 좀 과장해 ‘한 집 건너 박물관’이라고 할 만큼 많은 박물관과 전시관(15개)은 이 길고 혹독한 겨울, 쉼없이 불어 닥치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광풍에서 전통을 지켜낸 지혜의 산물이 아니었을까. 박물관에서 서안의 진시황릉과 토용, 다양한 가죽신발 발달사, 에스키모 생활상을 현장학습중이던 초등학생을 보며 갖게된 느낌이었다.

퀘벡시티(캐나다)〓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여행정보

△찾아가기〓에어캐나다(www.aircanada.co.kr)가 편리. 2월 중 2명 이상 같은 일정으로 여행시 밴쿠버 90만원(9만원 할인), 토론토 몬트리올 오타와 115만원(14만원 할인)에 제공. 02-779-5654 혹은 helpdesk@aircanada.co.kr △언어〓퀘벡주는 불어권. 올드퀘벡 에서는 영어도 소통가능. 단, 영어안내문이 없으니 한글 혹은 영어 가이드북 준비. △쇼핑〓목각 등 기념품은 올드퀘벡, 일상용품은 생트푸아(Sainte Foy)의 쇼핑가. 올드퀘벡에서 11번 시내버스($2.25 CDN)로 30분 거리의 ‘Place de la Cite’에서 하차. 길건너에 대형 쇼핑센터 3개가 있다. 버스 승하차 방식은 동일, 거스름은 안내준다. △식당〓프랑스요리부터 아시아푸드, 일본스시바등 다양. 맥도날드 버거킹은 그랑드알레 호텔가에 위치. 레스토랑은 점심에 20달러 내외. 캐나다 최고(最古)식당 ‘오장시엥 카나디엥’(Aux Anciens Canadiens)은 생루이 거리에 있다.△윈터 카나발〓www.carnaval.gc.ca △캐나다관광청(서울사무소)〓www.travelcanada.or.kr·02-3445-6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