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물류의 시대다. 경제의 글로벌화가 진전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주요 경제권의 항만과 공항으로 생산 물류 거점을 재배치해왔다. 정부는 이러한 트렌드를 인식해 21세기 동북아의 물류 거점 기지를 육성하기 위해 부산항과 광양항을 ‘관세 자유지역’으로 지정했다. 부산과 광양 지역의 부두 배후지 개발이 완료돼 물류활동이 활발히 이뤄지는 2011년경 부가가치 창출액은 8조6000억원에 이르는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의 경우 인천국제공항의 지리적 장점을 활용해 증가하는 항공화물 물동량에 대비하기 위해 ‘관세 자유지역’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인천항의 ‘관세 자유지역’과 더불어 이곳은 세계적인 물류도시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자유 무역지역’은 제조업 중심의 수출 자유지역을 확대해 생산과 물류를 통합한 것이다. 각종 규제완화 및 세제상 지원을 통해 국제적 기준(global standard)이 적용되는 지역으로 개편함으로써 입주 기업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를 확대해 지원 수준을 높여주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자유 무역지역’으로 마산, 익산, 군산을 지정했다. 이러한 도시에 비하면 포항은 환동해권의 중추도시로 경쟁력 있는 지역이다. 제4차 국토종합계획에 따르면 포항은 미래 발전을 위한 잠재력이 있는 곳이다. 이 계획에서 설정하고 있는 개방형 국토통합축 구상을 보면 포항은 환동해축과 남부내륙축이 접하는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다. 포항에서 환동해축을 통해 러시아, 중국, 유럽, 일본으로 진출할 수 있고 남부내륙축을 통해 대구, 전주, 군산 등 산업지역으로 연결된다. 또한 환동해 경제권의 전략적 관문으로서의 잠재력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포항항은 대구·경북의 관문으로 지역경제 ‘번영의 축’으로 개발할 수 있다. 포항항 배후에는 고급두뇌와 방사광가속기 등 첨단 기술 기반이 풍부하고 주변의 가용 토지 자원도 넉넉하다. 우리나라 동해안은 서해안, 남해안에 비하면 물류의 오지라 할 수 있다. 국토의 균형발전과 대구·경북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도 포항은 ‘자유 무역지역’으로 지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자유 무역지역’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영일만 신항 개발이 계획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현 영일만 신항 개발은 역대 대통령의 공약으로 추진돼온 대형 프로젝트이나 진척상황이 매우 부진하고 규모도 30% 정도 축소되고 있다.
구미∼대구∼포항 간 고속도로 건설도 20% 미만의 부진한 진척상황을 보이고 있으며, 포항∼삼척 간 동해 중부선 철로도 아직 타당성 조사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대구·구미 지역의 물동량을 부산항에서 포항항으로 전환해야 대구·경북의 발전이 도모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대구·경북 지역의 도시들은 정부 당국에 ‘협치(協治)의 모델’을 제시해 영일만 신항 개발, 구미∼대구∼포항 간 고속도로의 조속한 완공, ‘자유 무역지역’ 지정에 힘을 결집해야 할 것이다.
한영광 포항1대학 교수·경영관광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