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마다 중장년층 팬들의 눈시울을 적시는 악극 공연. 올해도 ‘단장의 미아리 고개’와 ‘모정의 세월’ 등 두편의 악극이 2월초부터 열리고 있다.
‘단장…’은 중견배우 김성녀(51)가, ‘모정…’에서는 탤런트 이덕화(50)가 주인공을 맡았다.
김성녀는 최근 마당극 ‘변강쇠전’을 끝내자마자 악극 ‘단장의 미아리고개’에 출연하고 있다. 그는 비록 몸은 힘들어도 설날을 맞아 중년층 팬과 만나는게 즐겁다고 말한다.
“저는 복이 많아요. 연말에는 마당놀이로 웃기고 연초에는 악극으로 울리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요. 이런 무대 활동을 통해 제 스트레스도 풀곤 합니다.”
‘단장…’에서 그가 맡은 돌산댁은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상. 한국 전쟁때 미아리 고개에서 남편이 북으로 끌려갔지만 어려운 살림 속에서 꿋꿋하게 남매를 키운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 현장에서 만난 남편이 북에서 결혼한 아내와 자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쓸쓸히 돌아선다.
“30대부터 60대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 돌산댁을 연기하면서 ‘참 불쌍한 여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 전쟁을 경험한 중장년층 관객들도 공연을 보고난 후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중앙대 국악대 음악극과 학과장이기도 한 그는 “2년째 춤 노래 연기를 가르치면서 한국적인 뮤지컬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를 육성하는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24일까지 공연하는 ‘단장의 미아리고개’에는 아들 역의 최주봉을 비롯 윤문식 박인환 김진태 등이 출연한다.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평일 오후 4시 7시반, 주말 공휴일 오후 3시 6시반(월 공연 없음). 2만5000∼5만원. 02-369-1571 1588-7890.
이덕화는 SBS ‘여인천하’에 출연했던 지난해를 빼고 매년 악극에 출연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모정의 세월’에 출연하며 ‘악극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처음에는 악극 출연에 반신반의 했어요. 정극이나 뮤지컬만큼 관심을 갖는 장르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중년 이상을 대상으로 한 악극에 남다른 매력이 느껴지더군요.”
이덕화는 비정한 오민규 검사역을 맡았다. 형편이 어려웠던 어머니는 두 아들 중 큰 아들 민규를 양자로 보내고 작은 아들만 키운다. 그러나 작은 아들은 깡패가 되고 친어머니를 모르는 민규는 친동생을 잡기 위해 어머니를 추궁하는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그는 ‘모정의 세월’에 출연하기 위해 ‘여인천하’팀에 양해를 구하고 방송 분을 미리 촬영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그는 “‘여인천하’의 윤원형이 푼수같은 이미지인데 비해 ‘모정의 세월’의 민규는 냉정하지만 아픔을 가진 인물이라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며 “앞으로도 유일한 중장년층 문화인 악극에 계속 출연하겠다고”고 말했다.
17일까지 막을 올리는 ‘모정…’은 정애리 최종원 나현희 배일집 등이 출연한다.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화∼토 오후 3시 7시, 일 공휴일 오후 2시 6시(월 공연 없음). 2만5000원∼5만5000원. 02-368-1616.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