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이 돼준 하은아 고맙구나. 새해에도 무럭무럭 자라거라.”
김종만(金鍾萬·40) 임경미(林京美·37)씨 부부는 설을 맞아 9일 고향을 찾는 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 가볍기만 하다.
항상 둘만이 하던 외로운 고향길에 동반자가 생겼기 때문. 결혼한 지 12년이 지나도록 아이를 갖지 못한 김씨 부부는 지난해 11월 말 생후 한 달된 하은이를 입양했다.
세 식구가 맞이하는 첫 설이라 벌써부터 설렌다. 웃어른께 드릴 선물꾸러미 한편에는 하은이가 입을 설빔과 깜찍한 복주머니가 고이 놓여있다.
임씨는 “어서 빨리 복주머니를 달아주고 싶은 마음에 하루에도 수십번 보따리를 풀어 설빔을 만져봤다”며 “설빔을 입은 하은이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선물꾸러미 안에는 하은이의 발을 스탬프로 찍은 여러 장의 종이도 들어 있다. 어른들께 인사 다니며 한 장씩 드릴 선물이다.
김씨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세배 다니는 고향친구들을 볼 때마다 부럽고 허탈한 마음에 설이 싫을 정도였다”면서 “설이 이처럼 기다려지기는 처음”이라며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김씨 부부는 아이를 갖기 위해 전국의 병원을 전전하고 시험관 수정도 5차례나 시도했다.
그러다 결국 입양을 선택한 것은 인생에 대한 깨달음이기도 했다.
김씨 부부가 그토록 원하는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나고도 해마다 6000∼7000명이 버려지는 것을 보면서 핏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
김씨는 “이번 설부터는 당당하게 부모님을 뵐 수 있을 것 같다”며 고향인 충남 당진으로 향하는 자동차에 힘차게 시동을 걸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