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2002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유럽연합(EU) 의장국을 맡고 있다. 매년 상 하반기 초 신임 의장국은 EU 전체를 위한 주요 정책, 이미 합의되어 완전히 이루어질 때까지 추구되어야 하는 목표, 향후 수개월 내에 결정되어 승인될 수 있는 보다 일반적인 희망, 중요한 과제로 이해되는 것에 대한 전략과 틀, 그리고 그 자체의 민감성 등이 반영된 프로그램 등을 추진한다.
▼유럽-아시아는 동반자▼
우리의 슬로건은 ‘더 많은 유럽’이다. ‘더 많은 유럽’은 EU가 국제 관계에서 그에 합당한 중심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나날이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그들의 공동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11일 미국의 테러 발생 이틀 후 EU의 국가 원수와 정부 수반은 테러와의 전쟁을 EU의 최우선 과제로 정했고 며칠 후 대(對)테러 정책을 수립한 바 있다. 회원국의 사법 및 안보 기관간 공조로 EU 내 어떤 지역도 테러의 성지가 될 수 없으며 테러자금 조달과 연관된 활동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추적할 것이다.
유로화는 3억 유럽인들의 주머니 속에서 통용되고 있다. 의장국은 유로화가 가진 주요 효과, 즉 국가 간 경제 정책 협조 강화와 금융 시장 통합 증대, 새 통화 지역의 국제 결속 등을 촉진할 것이다.
이 슬로건은 유럽이 국제 문제에 차츰 더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우리의 의지를 명확히 반영한 것이다. 유럽 안보 및 국방 정책 테두리 내에서 민간인과 군인 등 인적 자원을 지원키로 하였으며 이는 주요 국제 기관뿐만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및 유엔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국제 갈등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북미 대륙과의 협조와 대화도 계속 강화할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과 캐나다가 매우 중요한 파트너임을 알기 때문이다. 금년 상반기 중 양국과 정상회담도 개최하게 된다.
스페인 정부는 국가적 차원에서 지난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의 관계와 스페인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계획’을 승인했으며 한국과의 상호 관계에서도 교류와 이니셔티브가 최대한 이루어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본인은 양국이 더욱 잘 이해하고 한층 향상된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으리라 낙관하고 있다.
전 유럽은 같은 맥락의 희망을 갖고 있다. 최근 승인된 매우 중요한 문서 ‘유럽과 아시아-강화된 파트너십을 위한 전략적 범위’는 아시아가 유럽의 중요한 정치 경제적 동반자임을 합의한 것으로, 우리의 행동이 빈곤 퇴치를 포함해 세계 안보와 번영을 위한 결정적 힘이 되기를 원한다. 우리는 양국 간 무역과 투자 증대를 원하고 세계화가 제시하는 도전과 기회 앞에 아태 지역 국가들과 공동으로 행동하기를 희망한다.
유럽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 등 아태 지역 내 주요 기구와 대화와 협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주요 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ASEM)와 아시아유럽재단(ASEF) 같은 기구들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보다 나은 상호 이해와 정치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면에서도 효율적인 공동 행동을 달성할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이 도전을 받아들이고 외국인 투자 및 무역 자유화와 입법 투명성과 같은 상호 작용에 도움이 되는 규범과 자세를 실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본인은 한국의 당국자들이 모든 분야에서 이 전략을 받아들였다는 인상을 받았다. 과거에 있었던 이런 규범의 묵살이나 보호주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현재는 타 경제권과 협력하고 개방하는 것만이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잘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대화 적극 지원▼
EU와 스페인은 남북 대화와 관련한 이니셔티브가 이 나라에서 갖는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북한의 점진적인 개방에 계속 기여하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개방 없이는 북한이 EU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의 그 어떤 나라와도 안정적 동반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조건없이 국제 테러방지와 핵확산 금지를 비롯해 무기 제한과 인권을 위해 우리 모두가 정한 의무를 받아들일 것을 희망한다.
우리는 남북 대화를 위한 노력에 기꺼이 우리의 의지를 다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한국은 스페인이 EU 의장국으로서 대화의 주역들과 합심해 EU의 임무를 다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확신해도 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민족 분단이라는 가혹한 상처를 치유하려는 지도자들의 정치적 결단과 한국 국민의 의지를 믿는다.
엔리크 파네 주한 스페인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