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의 도전과 무명의 반란. 2002년 민속씨름을 여는 설날 모래판엔 이변의 돌풍이 거세게 휘몰아쳤다. 결국 이 바람을 잠재운 것은 ‘봉팔이’ 신봉민(현대중공업)의 뚝심이었다.
신봉민이 1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02 설날장사씨름대회 결승에서 팀 동료 이태현을 3-1로 꺾고 올해 첫 꽃가마의 주인이 됐다.
이날 결승전에선 모처럼 힘을 앞세운 ‘정통 씨름’의 대결이 펼쳐졌다. 특히 네 판의 승부가 모두 들배지기로 갈렸다. 첫 판을 잡은 신봉민은 이어 두 번째 판을 이태현에게 같은 기술로 내줬다. 원점 승부에서 묘기가 나왔다. 1m96의 거구 이태현이 신봉민의 들배지기에 제대로 걸려 공중에 1m가량 떠오른 뒤 모래판에 나가떨어진 것. 신봉민은 네 번째 판 역시 깨끗한 들배지기로 마무리해 새해 첫 장사 타이틀을 따냈다.
설날 대회는 이변이 속출해 씨름 팬들에게 흥미를 한껏 제공했다. 전날 예선에서 한라급 김용대(현대·100㎏)가 자신보다 65㎏이 더 나가는 백두급의 강호 염원준(LG투자증권)을 누르고 8강에 진출한 것은 그 서막.
지난해 아마 씨름 6관왕에 오른 ‘신세대 거인’ 최홍만(동아대·2m18)은 8강전에서 ‘프로 거인’ 김영현(LG·2m17)을 무승부와 배지기로 눌러 대회 최대의 파란을 연출했다. 그러나 최홍만은 4강전에서 신봉민에게 패해 더 이상의 돌풍을 이어가지 못했다.
‘무명’ 백웅규(LG)가 지난해 천하장사 황규연(신창건설)을 8강전에서 누른 것도 이변. 백웅규는 밀어치기 두 판으로 황규연을 초반 탈락시켰고 여세를 몰아 대회 3위에 올랐다. 황규연은 5, 6위전에서 김영현을 꺾어 체면을 세웠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설날장사순위〓①신봉민(현대)②이태현(현대)③백웅규(LG)④최홍만(동아대)⑤황규연(신창)⑥김영현(LG)⑦윤경호(신창)⑧김용대(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