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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WTC현장서 자원봉사 셰어러 부인

입력 | 2002-02-13 18:38:00


미국의 조각가 론다 롤랜드 셰어러 부인(47)은 작년 9월 이후 작품활동보다는 ‘9·11 테러’로 무너진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현장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일과가 됐다.

추위에 떠는 야근 경찰에겐 따뜻한 방한복을 나눠주고 건물 잔해 철거반원들에겐 시청에서 나눠준 뭉툭한 삽 대신 끝이 뾰족한 삽을 손에 쥐어준다.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희생자 가족에겐 안전모를 씌워준다.

“아수라장이 된 맨해튼에서 예술에 몰두하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것을 따져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셰어러 부인은 작업실로 쓰려던 창고를 포함해 두 곳에 현장 구호요원들에게 꼭 필요한 물품을 사다 쌓아놓았다. 이들이 먼지 속에서 일하는 것을 보고는 조각작업 때 쓰는 방진마스크를 떠올리고 이를 대량으로 사들여 요원들에게 나눠주었다. 뉴욕타임스는 “셰어러 부인은 붕괴현장에서 영웅으로 불린다”고 소개했다.

자신과 주변의 기부금만으로는 충당할 수 없게 되자 셰어러 부인은 지난달 호소편지로 로버트 우드 존슨재단을 감동시켜 70만달러(약 9억1000만원)를 기부받았다. 하버드대 교수(생물학)이며 유명한 저술가인 남편 스티븐 제이 굴드는 록펠러 재단을 설득해 6만달러(약 7800만원)를 얻어왔다. 이런 식으로 셰어러 부인이 지금까지 세계무역센터 붕괴현장요원 등에 지출한 돈은 200만달러(약 26억원)에 이른다.

셰어러 부인을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에게 뉴욕시 비상대책반원들은 “현장에 접근하지 말라”며 지원활동을 방해하기 일쑤였다고 그는 꼬집었다.

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