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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문화콘텐츠진흥원의 아날로그적 홍보

입력 | 2002-02-14 18:11:00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지난해 설립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원장 서병문)이 최근 명암(明暗)이 엇갈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진흥원이 최근 개최한 ‘문화원형 디지털콘텐츠 개발 사업설명회’가 성황을 이룬 반면 엉뚱한 홍보책자 제작에 거액을 낭비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사업설명회에는 콘텐츠 관련 기업과 대학 연구소 관계자 등 1000여명이 몰렸다. 진흥원측은 이날 전통자료와 민속자료 등 문화원형을 디지털콘텐츠로 제작하는 방안에 관해 설명했다. 문화원형들을 디지털화한 뒤 애니메이션 음악 출판 만화 게임 방송영상 영화 모바일인터넷 등 문화콘텐츠 창작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진흥원은 3월 2일까지 콘텐츠 개발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이나 비영리법인 대학 연구소 등의 신청을 받아 선정된 업체에는 프로젝트당 5억원 범위 안에서 80%의 개발비를 지원해 준다.

이처럼 우리의 전통문화 소재를 디지털콘텐츠로 만들어 창작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고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진흥원이 홍보책자 발간에 1100만원이나 사용한 것은 ‘아날로그적 발상’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언론에 보도된 진흥원 관련기사를 모은 316쪽 짜리 ‘2001 보도사례집’과 진흥원의 월간 정보지인 ‘콘텐츠코리아’ 2001년 7∼12월호 축쇄합본호를 펴낸 것이다. 진흥원은 두 책을 각각 1000권씩 만들었으며 언론사와 정부 관련부처, 국회, 관련업체 등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진흥원의 설립목적이 문화콘텐츠의 디지털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보도사례집’과 ‘콘텐츠코리아’ 합본호 발간은 설립취지와 어울리지 않는다. 진흥원이 하는 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 정도라면 대부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진흥원은 인터넷 홈페이지(www.kocca.or.kr)를 잘 꾸며놓고 있다. 진흥원이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발상과 업무 집행으로 더욱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기대한다.

김차수기자 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