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할리우드의 스포트라이트는 러셀 크로(38)가 독차지하고 있다. ‘뷰티풀 마인드’(22일 개봉)에서 천재 수학자 존 내시를 열연한 그는 12일 확정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2000년(‘인사이더’)과 2001년(‘글래디에이터’)에 이어 3년 연속 남우주연상 후보에 지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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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그는 올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면서 ‘글래디에이터’에 이어 2연패까지 노리고 있다. 이번에도 받게 되면 그는 스펜서 트레이시와 톰 행크스에 이어 2년 연속 주연상을 수상한 세 번째 배우가 된다.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2년 연속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이 유력한데….
“이미 한번 탔는데 또 받고 싶진 않다. 남에게 평가받기 위해 연기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 연기에 만족하나?
“‘뷰티풀 마인드’의 연기에 만족했다면, 이 영화가 내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다. 내 연기에 만족하는 순간, 더 이상 배우를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의미한다.”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자란 크로는 8세 때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아역 배우 출신. 31세 때 ‘퀵 앤 데드’에 출연하면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존 내시를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그가 살아있는 실존 인물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젊은 시절 그에 대한 자료는 흑백 사진 17장뿐이었다. 마치 퍼즐을 맞춰나가듯 그의 삶을 이어갔다. 정신분열증 환자의 태도는 전문서적을 읽으며 익혔다.”
-실제 존 내시를 만난 적이 있나.
“캐릭터 구축 과정에서 일부러 그를 만나지 않았다. 나중에 내시가 촬영장에 찾아오는 바람에 딱 한번, 잠깐 만났다. 하지만 그 만남은 내시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커피나 차를 마시겠느냐’는 내 질문에 그는 15분쯤 걸려 대답했다. 그의 대답은 이런 식이었다. 커피를 마신다면 우유를 넣을까, 설탕을 넣을까? 만약 밀크를 넣는다면 그래도 여전히 커피일까, 아니면 단 맛이 나는 우유일까? 커피를 선택하면 차를 마시는 것보다 더 큰 만족을 내게 줄까? 차를 선택한다면 내가 원하는 맛과 향이 담긴 차가 나오리라는 확신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크로는 내시라는 인물을 내면화하기 위해 정신분열증 환자에 대한 전문 서적을 읽는 한편 실제 내시가 강연하는 모습을 촬영해 달라고 론 하워드 감독에게 부탁했다.
그는 분필을 잡은 내시의 긴 손가락과 손놀림을 보며 자신의 손톱도 길렀다. 손톱이 길면 물건을 집을 때 더욱 조심하는 등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이런 모습이 몸에 배면 실제 내시의 생활 습관에도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원작과 달리 영화에서는 내시의 동성애 성향에 관한 부분이 빠져 있는데….
“아쉽다. 촬영 전 제작진은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우리는 정신분열증과 동성애가 연관성이 있다고 비칠 가능성을 가장 우려했다. 그래서 영화속에서 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동성애 부분은 영화속에 녹아 있다. 그걸 찾아내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학창시절 수학은 잘했나?
“수학과는 담을 쌓고 지냈다. 수학시간에 영어 숙제를 하곤 했다.”
-고교 때부터 죽 밴드 활동을 해 온 걸로 아는데….
“17년 동안 친구들과 그룹 활동을 해 왔다. 노래를 만드는 작업은 즐겁지만 직업적으로 가수를 할 생각은 없다.”
한때 멕 라이언의 연인이었던 그는 지난해 니콜 키드먼과 함께 피지 섬에서 함께 휴가를 즐긴 사실이 보도돼 염문설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키드먼과는 그야말로 오랜 친구”라며 이를 일축했다.
현재 그는 라세 할스트롬 감독과 함께 30년대 실존했던 권투 선수인 짐 브래독을 다룬 영화 ‘신데렐라 맨’을 촬영 중이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