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판(版) ‘빅 브라더’.
미국 워싱턴DC 경찰당국이 의사당을 비롯한 공공건물 주변 통행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카메라로 감시하고 쇼핑몰 아파트 등의 감시카메라 화면까지 통합 활용하기로 해 사생활 침해 여부로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12일 미 법무부의 테러 재발 가능성 경고에 맞춰 워싱턴 경찰국에 ‘공동작전 지휘센터’가 가동에 들어갔으며 조만간 주요 지점에 감시카메라가 증설된다고 보도했다. 지휘센터에는 경찰과 연방수사국(FBI), 비밀경호국 등 각종 수사 및 보안기관이 지부를 두게 된다.
스태픈 가피언 워싱턴 경찰국 프로젝트 팀장은 “전국에 200만대의 카메라를 설치한 영국의 사례에서 착안했다”면서 “9·11테러 이후 이 기술을 더 많이 활용하는 외에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카메라는 현재 백악관 내셔널몰 유니온역과 경찰 헬기 등 12대 이상이 설치돼 가동 중이며 앞으로 지하철역 200대, 공립학교 200대, 교차로에 100대 이상이 추가 설치된다. 의사당의 경우 800m 떨어진 곳에서부터 통행인을 감시할 수 있다.
지휘센터에선 수상한 사람의 화면을 높이 2m의 대형 스크린에 띄워 놓고 정밀 감시하고 시내 감시차량에도 화면을 보낼 수 있다. 특히 민간기업이나 쇼핑몰 아파트 등에서 찍는 감시용 비디오 화면도 이 센터로 보내지기 때문에 일반인은 이를 모른 채 카메라로 경찰의 감시를 받게 된다.
개리 맥스 MIT대 명예교수(사회학)는 이에 대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감시 기술을 과연 어느 선까지 정당화하고 허용해야 하는가”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경찰국의 가피언 팀장은 “경찰도 사생활 침해 가능성에 유념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개발된 기술을 다 활용하지 않고 다른 기관에서 운영하는 카메라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경찰이 모니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의 배리 스타인하트 미국 시민자유연합 부국장은 “지휘센터가 생기면 감시카메라는 더 많이 사용되고 더 남용될 것”이라면서 “경찰이 초기엔 주의하겠지만 인프라가 구축되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도보 통행인이 많은 볼티모어 이너하버나 플로리다 팜파의 이보르시 지역 등에 공중감시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워싱턴에선 2000년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때 시위대를 감시하기 위한 카메라를 설치해 효과를 보았다는 경찰 측 평가가 있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