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재탈출한 유태준(劉泰俊)씨는 13일 기자회견에서 평양 국가안전보위부 감옥의 담을 넘어 탈출했다고 주장했으나 관계당국은 뒤늦게 유씨의 이 같은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고 나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14일 “유씨는 기자회견에서 북한 보위부 감옥을 탈출했다고 밝혔으나 이는 정부 관계기관의 조사 내용과 다르다”며 “유씨는 관계당국에서 작년 5월 4일 함북 청진의 감옥에서 석방돼 평남 평성시 양정사업소에서 근무하던 중 11월 10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탈출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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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의 어머니 안정숙씨도 이날 “아들(유씨)이 작년 4월 30일자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친필 지시로 풀려나 노동자로 일했다고 들었다”며 “김 위원장 지시에 따라 석방됐다고 하면 김정일만 좋아지니까 (내가) 아들에게 그 부분을 얘기하지 말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유씨의 13일 기자회견을 지켜봤음에도 불구하고 14일 오후 6시가 넘어서야 유씨의 진술이 당초 관계당국 합동신문 때의 진술과 다르다고 밝혔다.
관계당국은 또 유씨가 국내에 입국(9일)한 뒤에야 그의 탈북 사실 등을 알았다고 설명했으나, 중국 공안당국은 이미 지난달 17일 우리 공관에 유씨가 한국인인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통상 1∼2개월의 조사기간이 소요되는 여타 탈북자와는 달리 유씨의 경우 입국 후 단 이틀간 조사받은 뒤 석방된 점도 의문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관계당국 합동신문조의 한 관계자는 “유씨는 이미 98년 11월 첫 입국 당시 합동신문 절차를 끝낸 상태여서 이번에는 북한에서의 행적만을 조사했다”며 “유씨는 다른 탈북자와 달리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내법에 따라 48시간 동안 신병을 확보할 수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劉씨 교류협력법 위반 조사
한편 경찰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유씨를 넘겨받은 뒤 불구속 상태에서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를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당국자는 “국가보안법 등의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가 이뤄지겠지만 현재로서는 드러난 혐의가 없다”고 말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