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바이러스/세스 고딘 지음 최승민 옮김/277쪽 1만원 21세기북스
인터넷 등장을 기점으로 고정 관념에 도전하는 이론, 관행을 파괴하는 경영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등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 같다. 수확 체증의 법칙, 캐즘(chasm) 이론, 손정의, 마이클 델, 야후, 아마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혁명이 인터넷과 함께 찾아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기업과 고객과의 관계이다. 일대일(one-to-one), 퍼미션(permission), 체험(experience), 브랜드(brand) 등이 마케팅의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이 책도 이러한 배경 하에 기업과 고객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제시한 개념은 ‘아이디어 바이러스(idea virus)’라는 것이다. 아이디어 바이러스란 아이디어를 바이러스처럼 교묘하게 통제하고 확산시켜 엄청난 돈을 쓰지 않고도 사람들 사이에 유포시키는 기술과 방법을 의미한다. 즉석 사진기인 폴라로이드 카메라, 무료 e메일 서비스인 핫메일, 다단계 마케팅인 터퍼웨어, 각종 홈쇼핑 네트워크 등이 아이디어 바이러스처럼 확산되어 유행을 주도하게 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저자는 TV나 신문 광고와 같은 전통적인 매스미디어 광고가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고 이를 보완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유행을 창조하는 매커니즘을 제안하고 있다. 아이디어 바이러스는 외적인 형태로 보면 ‘입소문’과 유사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입소문과 전혀 다르다. 입소문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친구, 동료, 친지 등 제한된 집단을 대상으로 느리게 파급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반면 아이디어 바이러스는 디지털 방식으로 대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일정 시간이 지나도 더욱 강화되는 특성이 있다. 물론 아이디어 바이러스라는 개념이 정보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인터넷에 국한된 내용은 아니다. 인터넷으로 촉발된 새로운 고객 중심의 경제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마케팅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3장에서 강력한 아이디어 바이러스를 만드는 8가지 요인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 중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스니저(sneezer, 재채기 하는 사람)와 하이브(hive, 꿀벌통)라는 개념이다. 스니저는 미국의 토크쇼 진행자인 오프라 윈프리나 잡지 발행인인 마사 스튜어트처럼 아이디어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을 의미하고 하이브는 팬클럽이나 학회, 이익단체처럼 새로운 것을 초기에 받아들여 내부에서 아이디어를 소통하는 일정한 집단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영자는 어떤 스니저와 하이브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유행의 확산 속도와 파괴력을 결정할 수 있다.
우리 나라 독자에게 다소 생소한 개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고정 관념을 뒤엎는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