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감독(右)이 15일 우루과이 한국대표팀 숙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주전지훈련 결과를 평가하고 있다.
“약팀을 상대로 한 승수쌓기는 자기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험난한 과정을 통해 한국대표팀뿐만 아니라 19세 청소년팀과 올림픽팀에도 기여하고 싶다.”
39일간의 새해 첫 해외 전지훈련을 마친 한국축구대표팀 거스 히딩크 감독은 15일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 축구의 전반적인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스스로 중간평가를 솔직히 한다면….
“한국은 4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나가고도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감독 취임 당시부터 이 점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9월부터 강팀들과 경기를 하고 있는데 이제 우리 선수들은 ‘결코 그들이 우리의 스승이 아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대등한 경기를 해왔고 공수에 걸쳐 전력이 안정되고 있다. 취임 직전 ‘강팀과 자주 맞붙어 우리의 약점부터 제대로 파악하자’고 축구협회와 합의했다. 분명 쉽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이해해 줬으면 한다.”
-이번 전지훈련을 전반적으로 평가하면….
“골드컵부터 우루과이전까지 결과는 썩 좋지 않았지만 선수단 전체가 자신감을 잃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우리 선수들은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했다. 집중력을 더 키워야 하고 상대처럼 영리한 플레이를 할 필요가 있다. ‘경기를 지배하라’는 내 말에만 급급해 영리하게 행동하지 못한 선수도 있었다.”
-현재 멤버 중 어느 정도가 대표팀에 잔류하나.
“3월 스페인 전지훈련에 일본과 유럽에서 활약 중인 선수도 최대한 데려갈 생각이다. 만약 해외에 진출해 있는 선수가 모두 합류할 수 있으면 지금 멤버 중 몇 명은 빠질 수도 있다. 물론 해외파라고 모두 선택되지는 않는다.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진행될 텐데 스페인 전훈이 끝나면 자연스레 월드컵 엔트리 23명의 윤곽이 나올 것이다. 포지션별 안배가 필요한데 지금까지 대표팀에 들어왔던 공격수 중 몇 명은 최종 엔트리에서 빠질 수밖에 없다.”
-홍명보와 윤정환은 어떤가.
“솔직히 홍명보가 부상에서 회복돼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서울에 돌아가는 대로 그의 상태를 확인할 것이며 빠르면 다음주 중 홍명보의 발탁 여부를 밝힐 수도 있을 것이다. 윤정환은 분명 기술이 좋은 선수이지만 체력적으로 약하고 소속팀도 올해 2부 리그로 떨어져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플레이메이커는 장악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홍명보와 윤정환 모두 23명의 엔트리에 포함시킬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
-치열하게 생존 경쟁을 펼치다 보면 부상의 위험도 있는데….
“사실이다. 하지만 부상을 염려해 휴식을 많이 취하면 상대적으로 체력이 떨어진다. 내가 지금 적용하려고 하는 파워 프로그램은 98프랑스월드컵 당시 네덜란드에 적용한 것으로 상당히 과학적인 데이터에 근거한다. 단순히 근력을 키우는 게 아니다. 한국 축구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배극인기자·몬테비데오연합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