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월드를 가는 비행기 안에서 80살 먹은 미국 할머니를 만났다. 그는 가족들과 25년째 해마다 한두번씩 디즈니월드를 가고 있다며 아이처럼 신나했다. 25년전이라면 이 할머니가 55살때다. 세상에 쉬흔다섯살 먹은 사람도 디즈니월드를 그렇게 좋아했다니. 그건 내게 작은 충격이었다.
미국여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디즈니월드나 디즈니랜드를 다녀온다. 나도 내가 디즈니월드를 가봤는 줄 알았다. 몇년전 미국여행 일정 중에 분명히 '디즈니월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7박8일간 놀고와 보니 그건 디즈니월드 중 극히 일부인(사실은 가장 재미없는 곳인) 에프콧(EPCOT)에 불과했다. 이렇게 장황하게 쓰는 이유는 내가 디즈니월드 가봤다고 자랑하려는게 아니라, 앞으로 가려는 사람들에게 알짜 정보를 주기 위해서다.
▼어디에 묵을까▼
한국에서 여행사를 통해 디즈니월드를 가는 사람들은 대체로 여행사가 정한 호텔에 묵게 된다. 하지만 될수 있으면 디즈니월드 리조트 안에 있는 호텔에 묵으라고 권하고 싶다.
디즈니월드가 워낙 큰 탓에 매직킹덤이며 디즈니-MGM스튜디오 같은 테마파크를 옮겨다니는 것만도 보통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리조트 안에 묵으면 여행사에서 지정한 시간에 모여 버스를 타는 대신, 호텔과 테마파크만을 수시로 다니는 셔틀버스를 자유롭게 탈수 있어 좋다. disneyworld.com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리조트 안에는 값과 서비스, 위치에 따라 20여개의 호텔이 있다. 제일 비싼 디럭스급(시설도 시설이거니와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매직킹덤 바로 옆에 있다)의 디즈니 그랜드 플로리디안 리조트가 4박5일 어른 2명에 각각 1119달러(2002년 7월 2일∼9월30일 기준)이다. 3∼9살 아이는 245달러, 10∼17살 청소년은 300달러를 추가하면 된다.
이 비용엔 디즈니월드 안에 있는 모든 테마파크-매직킹덤, 디즈니-MGM 스튜디오, 애니멀킹덤, 에프코트, 스포츠 컴플렉스 그리고 세군데 워터파크-를 하루에도 몇번씩 자유롭게 들락거릴수 있는 얼티미트 파크 호퍼 티켓이 포함된다. 항공료는 들어있지 않다.
하지만 아침일찍 놀러나갔다가 밤늦게 돌아와 호텔에선 잠만 잘 것이 분명하므로 이런 비싼 호텔에 묵기는 아깝다. value급으로 분류된 올스타 리조트에 묵으면(안타깝게도 매직킹덤에서 제일 멀다) 4박5일에 어른 2명이 각각 522달러다. 아이는 245달러, 청소년은 300달러를 더 내면 된다. 검소하지만 깨끗하고 큰방에 더블베드 2개가 있어 너끈히 잘수 있다.
▼어디서 놀까▼
리조트 안에 묵지 않을 경우 대부분 하루 한군데 입장권인 호퍼 티켓을 사게 된다. 어른이 세금 포함 50달러, 아이들이 30달러 정도다. 입장권을 사면 모든 놀이기구며 공연을 다 즐길수 있다. 롯데월드 개념으로 보면 자유이용권인 셈이다.
돈도 돈이지만 시간이 충분치 않아 모든 테마파크를 다 갈수 없을지도 모른다. 선택을 해야한다면, 아이들이 어린 경우엔 단연 매직킹덤을 가라고 말할테다. 신데렐라의 성을 비롯해서 온갖 재미난 놀이기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아이들이 조금 컸거나 영화를 좋아한다면 MGM스튜디오가 낫다. 디즈니 영화를 만드는 과정도 볼수 있고 '미녀와 야수'나 '인어공주''노틀담의 꼽추'같은 공연도 훌륭하다. 하지만 애니멀킹덤을 그냥 동물원이겠거니, 과소평가하지 마시라. 동물을 주제로 이처럼 다양하게 놀이를 개발할수 있다는게 놀라울 뿐이다. 자연과 과학, 세계풍물에 관심이 많다면 에프콧도 괜찮다.
하루에 한군데 돌아보기도 시간이 넉넉지 않을 정도로 각 테마파크는 넓고도 할 일이 많다. 디즈니월드에 들어가기 전 가장 신경을 써야할 것 한가지! 몸을 단출하게 해야한다. 작은 가방도 하루종일 들고 다니려면 버겁다. 허리에 차는 작은 전대 비슷한 것에 꼭 필요한 것만 넣고, 반드시 편한 신발을 신고 나서도록 한다. 밖은 더워도 실내 놀이기구에 들어가면 추우니 가벼운 겉옷은 필수다.
▼더 재미나게 놀려면▼
테마파크는 뷔페식당과 같다. 정해진 시간 안에 양껏, 그러나 요령껏 먹어야 한다. 맛도 없는 것을 먼저 먹었다간 배가 불러 나중에 진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없다. 사람들이 접시를 들고 가장 많이 몰려가는 쪽이 가장 맛있는 음식이다.
그렇다면 줄을 오래 서야 될텐데…하고 걱정하지 마시라. 디즈니월드에서 감탄한 것 중의 하나가 Fastpass라는 시스템이다. 테마파크마다 몇개씩, 패스트패스가 있는 기구며 공연이 있는데, 거기 먼저 가서 입장권을 기계안에 척 넣으면 몇시간 몇분 후에 다시 오라는 시각이 찍혀나온다(대부분 30분에서 2시간 정도다). 그 시간동안 다른데서 놀다가 시간맞춰 가면 패스트패스를 가진 사람만 따로 들어가는 입구를 통해 들어가 줄서있는 사람들 제치고 맨앞에서 탈수 있다.
그럼 패스트패스있는 것만 빨리 다 찍고서 차례차례 타면 되겠네, 하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 이렇게 머리 굴리는 사람들을 겨냥해서 디즈니월드에선 패스트패스를 하나 찍고 나면 두시간 동안은 다른 패스트패스를 찍지 못하게 해놓았다. 참 어떻게 만든 기계인지 신기하기도 하다.
악 소리나게 빠르고, 무섭도록 아슬아슬한 놀이기구를 찾으려면 키 제한이 있는지를 살펴보면 된다. 132cm 키 제한이 있는 건 112cm 제한이 있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어른 기준에서).
▼그리고도 몇가지 팁을 드린다면▼
△입구에서 지도와 시간표를 챙긴다=지도엔 길과 놀이기구, 화장실 표시는 물론이고 어떤 기구에 패스트패스가 있는지도 나와있다. 시간표엔 각 공연이며 불꽃놀이 시간 등이 적혀있다. 알고 다녀야 시간과 기운을 허비하지 않는다.
△퍼레이드를 잘보려면 30분전에=테마파크마다 하루 한두차례씩 퍼레이드를 하는데 안보면 어른도 후회한다. 퍼레이드하는 길은 지도에 표시가 돼있다. 앞자리에 편안히 앉아서 보려면 30분전에는 자리를 잡아야 한다.
△공연도 놓치면 손해=30분정도 보여주는 공연은 맨해튼에서 돈주고 보는 공연 못지않게 훌륭하다. 공연장에 앉으면 종일 걸어다니느라 아픈 다리도 쉴수 있어 좋다. 앞자리에 앉을 욕심을 버린다면, 제 시간에 맞춰가도 뒷자리에서 앉아 볼수 있다.
△물병을 준비하도록=디즈니월드는 1월에도 화씨 80도가 넘을 만큼 덥다. 그런데 작은 병에 든 물 하나가 2달러 50센트나 한다. 호텔에서 나올때 물병에다 물을 꽉 채워서는 테마파크안에 먹는 물이 있는 곳에서 다시 채워다니면 절약이 된다.
△부모님도 모시고 가세요=디즈니월드엔 아이들뿐 아니라 노인들도 많다. 반바지 입은 미국노인부부가 손잡고 다니는 것을 보면 정말 부럽다. 특히나 휠체어와 전동차가 잘 갖춰져 있어서 건강하지 않은 노인들도 편안히 구경할수 있다. 휠체어를 탄 사람은 모든 놀이기구와 공연에 우선 입장이다. 휠체어를 미는 사람도 덩달아 같이 들어갈 수 있어 좋다.
김순덕기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