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준(劉泰俊)씨의 재탈북 및 재입국은 정부의 탈북자 관리정책의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재북(在北) 가족을 데려오겠다는 이유로 아무런 제한 없이 출국해 신변위험을 겪고 있는 것은 물론 관계기관간의 협조부재 등 제도적인 문제점도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관계부처간 협조 미비〓탈북자들에 대해서는 일관성 있는 종합관리가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탈북자들은 국내에 입국하자마자 국가정보원, 국군기무사령부, 경찰 등 관련기관으로부터 탈북 동기와 신원에 대한 합동신문을 받는다. 그러나 탈북자 문제의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합동신문 이후 고위급 출신 탈북자를 제외한 일반주민들의 입국사실을 통보 받고 이들의 사회정착교육을 담당하게 된다. 유씨가 입국한 지 4일이 지나도록 통일부가 입국사실조차 몰랐던 것도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탈북자 급증 및 정부관리〓국내 입국 탈북자 수는 △99년 148명을 기록한 뒤 △2000년 312명 △2001년 583명 등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정부의 탈북자 관리는 한계상황에 도달했다.
최근에는 유씨의 경우처럼 가족을 북한에 두고 나온 탈북자들이 북한 또는 중국에 남아있는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 출국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탈북자가 해외여행을 신청할 경우 국내 입국 후 3년이 지난 경우에 한해 출국 목적 등을 검토한 뒤 출국목적 이외의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고서야 허락하고 있다.
김일성대 교수 출신인 조모씨가 2000년 2월 중국에서 괴한에게 납치됐다가 18시간 만에 풀려난 것도 탈북자들에 대한 신변안전 관리의 필요성을 제기한 사례였다.
▽국내 정착문제〓탈북자들은 문화가 다른 한국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국내에 들어올 때 품었던 ‘장밋빛 희망’을 파묻게 된다.
또 통일부에서 교육받는 일반주민 출신 탈북자들은 국정원이 관리하는 고위층 출신이 더 많은 보조금을 많이 받는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등 탈북자간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탈북자들의 국내 적응과정은 이 같은 갈등을 거치며 대략 5년 주기로 일정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알선한 직장에 부적응→개인사업→사업실패 후 새로운 직장 확보→결혼 등을 통한 정착의 과정을 보인다는 것.
유씨의 경우도 국내 입국한 지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적응과정에 실패한 뒤 북한에 남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커졌다는 것. 통일연구원 서재진(徐載鎭) 연구위원은 “탈북자 가운데 학력이 낮고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국내 적응에 어려움을 보인다”고 말했다.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