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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 도라산역 방문…'분단-희망의 상징'서 평화 역설

입력 | 2002-02-15 19:04:00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경의선의 도라산역을 20일 함께 방문하는 행사는 이번 부시 대통령 방한의 ‘꽃’이 될 전망이다.

두 정상이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희망을 함께 상징하는 이 장소를 방문함으로써 그 어떤 말보다도 전 세계를 향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란 메시지를 행동으로 연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미국 고위관리들의 잇따른 대북 강경발언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이 같은 이벤트가 성사되자 정부 관계자들은 경직된 한반도 주변 분위기 완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부시 일본·한국·중국 순방일정

일본

17일(일)

·오후 도착(16일 워싱턴 출발)

18일(월)

·메이지 신궁 참배
·미-일 정상회담 및 실무 오찬
·고이즈미 총리와 비공식 만찬

19일(화)

·미·일 기업인들과 오찬
·일본 국회 연설
·황궁 방문, 천황 부부와 오찬
·도쿄 출발

한국

19일(화)

·저녁 서울 도착

20일(수)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
·전방 미군부대 시찰
·경의선 도라선역 방문(연설)
·김대중 대통령 주최 리셉션과 만찬

21일(목)

·오전 서울 출발

중국

21일(목)

·베이징 도착
·미-중 정상회담
·미국계 버스엔진공장 방문
·장쩌민 국가주석 주최 만찬

22일(금)

·주룽지 총리와 실무 조찬
·칭화대 방문 연설
·만리장성 방문 후 베이징 출발

그러나 도라산역 방문의 성사과정에는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초기단계부터 도라산역 공동방문 방안을 제안했으나, 미국측은 한동안 경호상의 문제와 빡빡한 일정 등을 앞세워 난색을 표명했다는 후문이다.

미국측은 전방에 배치된 미군부대 방문에 더 중점을 두었으나, 우리측의 거듭된 설득에 결국 도라산역 방문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양국 정상의 도라산역 공동방문 행사에는 실향민과 이산가족 등 민간인 수백명도 초청될 예정이다. 두 정상은 이들을 상대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관해 연설할 계획이다.

부시 대통령은 연설에서 “경의선이 조속히 연결되기를 기대한다”는 희망을 밝힘으로써 경의선 연결을 비롯한 남북합의사항의 이행을 북측에 촉구하고 우리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을 지지한다는 뜻을 전달할 것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편 청와대에서 열릴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문제에 대한 대처방안이 중점 논의될 전망이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이 서울 방문기간에 보여줄 ‘일면 화해, 일면 압박’의 이중적 메시지에 대해 북한이 어떤 태도로 나오느냐가 향후 관심사가 될 것 같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