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을 뚫어라.’
국정원이 최근 각종 ‘게이트’에 연루돼 세인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지만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인기 직장으로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국정원 공채시험에 대비해 명문대생을 중심으로 ‘스터디 모임’이 결성되고 있고 국정원 공채시험을 준비하는 전문학원에는 강좌마다 수백명의 취업준비생이 몰리고 있다.
최근 서울대 경제학부 게시판에는 8월로 예정된 국정원 시험에 대비한 준비반을 개설한다는 ‘공고’가 나붙었다. 특이한 점은 회원자격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명문대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제한돼 있다는 것.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반인 김모씨(25)는 “50∼60 대 1에 이르는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명문대생들끼리 만든 시험준비반이 계속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 시험준비 전문학원들은 이 같은 취업준비생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서울 종로구 견지동 Y학원 관계자는 “수강생이 꾸준히 늘고 있고 전화문의도 하루 10통 이상 걸려온다”며 “시험일이 다가오면 강좌마다 수강생이 700∼800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정원 공채준비 전문학원인 H학원 관계자는 “국정원의 취업경쟁률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재수나 삼수를 하거나 직장을 그만두고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국정원의 취업 열기는 온라인 공간에서도 달아오르고 있다. 국정원 홈페이지(www.nis.go.kr)에는 하루에도 수백건의 채용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또 국정원 시험을 준비하는 온라인 소모임도 속속 생겨나 회원 수가 수천명에 달하는 곳도 있다. 이들은 시험정보를 수시로 교환하거나 국정원 청사를 직접 방문하는 행사를 갖기도 한다.
한 인터넷 소모임의 회원인 고려대 3년생 유모씨(23)는 “국정원이 다른 직장에 비해 정년이 보장되고 보수도 대기업 수준으로 안정적인 데다 경제 외교분야 등 활동영역이 다양한 것도 큰 매력”이라며 “과거 권위주의시절의 어두운 이미지가 많이 없어져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취업난과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경향 때문에 지원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대학 1, 2학년생을 비롯해 외국 명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고급인력까지 직접 찾아와 취업에 관해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