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은 2002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와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선이 함께 벌어지는 날. 한국 선수단의 두 간판인 이규혁(24·춘천시청)과 김동성(22·고려대)이 나란히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 두 종목의 1000m는 한국이 동계올림픽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스피드스케이팅 1000m는 92년 알베르빌대회에서 김윤만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처음 올림픽 은메달을 따냈던 종목이고 쇼트트랙 1000m는 김기훈(94년 릴레함메르)과 김동성(98년 나가노)이 연속 금메달을 땄던 ‘금밭’. 그 때문에 한국 선수단은 17일 약 5시간차를 두고 벌어지는 두 종목에서 잇따른 승전보가 울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 전망도 밝은 편. 이규혁은 이번 대회에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34초74로 한국신기록을 세우고 5위를 차지하는 등 상승세에 있다. 스스로 “컨디션이 너무 좋다”고 말할 정도.
그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바로 몸 상태를 경기날짜에 맞춰 최고조로 올리는 것이었다. 이는 98년 나가노에서 한차례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 당시 이규혁은 대회 한달 전쯤 절정에 올랐던 컨디션이 막상 올림픽에 나가서 가라앉는 바람에 메달획득에 실패했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언론과의 인터뷰를 스스로 차단하는 것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중거리가 전공인 이규혁의 1000m 최고기록은 1분08초61.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솔트레이크시티 오벌경기장에서 지난해 3월 세웠던 기록이다. 세계기록보유자인 제레미 위더스푼(네덜란드·1분07초72)과는 0.89초 차. 하지만 위더스푼이 500m 실격으로 흔들리고 있어 한번 붙어볼 만하다.
쇼트트랙의 에이스 김동성의 우승전망도 희망적이다. 이 부문 세계랭킹 1위인 김동성은 14일 열린 1000m예선에서 라이벌인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를 누르고 1위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오노는 평소 기량만 발휘한다면 능히 이길 수 있는 상대지만 미국팬의 일방적인 응원과 예선전에서 드러났듯 몸을 툭툭 건드리는 오노의 신경전이 ‘변수’. 따라서 오노의 신경전에 말려들지 않고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솔트레이크시티〓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