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세풍(稅風)’ 사건의 주역인 이석희(李碩熙) 전 국세청 차장이 체포되자, 정치권은 벌써부터 대선정국의 파란을 점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씨가 12월 대선 전에 송환될 경우 1997년 국세청을 이용한 이씨의 한나라당 대선자금 모금경위와 배후 등이 여야간 쟁점으로 전면에 부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이씨의 모금 과정에 당시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였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직접 관여했는지 여부가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는 만큼, 이씨의 송환은 대선정국에 핵폭풍을 몰고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사실 이씨의 검거 및 송환은 여권의 오랜 ‘숙원’이었다. 여권 핵심관계자들은 현 정권 출범 후 한나라당의 각종 공세에 시달릴 때마다 “이석희만 잡으면 되는데…”라고 말하곤 했다. 게다가 이 총재의 동생인 회성(會晟)씨와 97년 대선 당시 이 총재의 핵심측근이었던 서상목(徐相穆) 전 의원이 이 사건에 연루돼 재판이 진행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이 총재의 직접 개입 여부에 관계없이 대선정국에서 호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계산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문제가 정치공방으로 치닫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뜻하지 않은 ‘역풍(逆風)’이 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쪽에선 벌써부터 이씨가 검거된 시점과 예상되는 송환 시점 등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 정권이 각종 게이트를 잠재우고, ‘이회창 대세론’을 꺾기 위해 뭔가를 기획한 것 아니냐는 시각인 것이다.
민주당 함승희(咸承熙) 제1정조위원장이 “이 사건은 국가징세권을 남용한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정치적 사건으로 치부돼선 안된다. 이 사건은 아주 죄질이 나쁜 구조적 부패사건이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씨에 대한 수사의 칼 끝이 이 총재에게로 향하게 될 경우 한나라당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나 민주당의 대선후보 또는 권력핵심인사들을 상대로 각종 의혹을 집중 제기할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대선정국은 정책 대결보다는 대대적인 폭로전 양상으로 치달을 게 틀림없다. 97년 대선 때도 한나라당은 아들의 병역문제로 이 총재의 지지도가 급락하자 ‘DJ 비자금 폭로’라는 막판 승부수를 던지기도 했다.
실제로 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즉각 “이제 대선 전은 어차피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흐를 수밖에 없게 됐다. 권력핵심을 직접 거론하는 전면전이 불가피하다”고 선언했다.
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