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348번)와 터고테(캐나다·319번), 오노(美·369번)가 서로 뒤엉키며 넘어지고 있다.
“넘어지는 것도 실력이다?”
경기가 끝난 뒤 한국 쇼트트랙팀의 전명규 감독은 “빨리 모든 걸 잊고 다음 경기에 대비하겠다”고 했지만 국내팬 입장에선 너무나도 아쉬웠던 남자 1000m 경기. 준결승에선 김동성(22·고려대)이, 결승전에선 안현수(17·신목고)가 차례로 넘어졌다. 그것도 둘 다 다른 선수들에게 걸려 넘어진 불운. 왜 넘어졌고, 왜 심판진으로부터 부당함을 인정받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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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승전(김동성)〓채 한 바퀴도 남겨놓지 않고 3위를 달리던 김동성이 안쪽 곡선주로를 통해 앞쪽으로 나가는 순간 2위에 있던 중국의 리자준이 왼쪽 손으로 김동성의 무릎을 쳐 넘어졌다. 슬로비디오상으론 완전히 리자준의 방해.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오스트리아 주심을 포함해 노르웨이와 미국 2명의 부심 모두 “김동성이 자신의 실수로 넘어졌다”고 의견일치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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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심판들도 분간하기 힘들었던 상황. 쇼트트랙에선 한번 내린 결정은 절대로 뒤집히지 않는다. 나중에 제소를 해도 심판에게 징계정도는 주지만 역대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판정이 번복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또 심판진은 비디오를 참고로 하지도 않는다. 전명규 감독은 “심판들이 제대로 잡아냈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98나가노대회에선 여자 500m에서 선두 3명이 넘어져 재경기를 한 사례도 있었지만 일단 경기는 끝났고 판정에 대해 제소할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논란이 되고 있는 김동성과 리지아준의 충돌장면(방송화면촬영)
▽결승전(안현수)〓눈앞에 들어온 금메달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피니시라인을 반 바퀴도 채 남겨놓지 않고 맞이한 마지막 곡선주로. 1위로 달리던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와 2위인 중국의 리자준이 치열하게 몸싸움을 벌이는 순간 곡선주로 안쪽에 빈틈이 생겼다. 이때 안현수가 이 공간을 과감히 치고 들어갔으면 게임은 안현수의 승리로 끝나는 순간. 하지만 안현수는 이 둘이 안쪽으로 다시 들어오는 줄 알고 멈칫하며 제대로 인코너를 파고들지 못했다. 곡선주로가 끝나갈 무렵 오노와 몸싸움을 하던 리자준이 넘어지면서 안현수와 오노, 마튜 터코테가 줄줄이 빙판에 나가 떨어졌다. 오노와 터코테는 다시 일어나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차례로 은메달과 동메달. 넘어지는 과정에서 스케이트날 때문에 안현수는 오른손이 약간 찢어졌고 오노는 왼쪽 허벅지가 찢어졌다. 전 감독은 “만약 (김)동성이 같았으면 안쪽을 장악해 승리를 따냈을 것”이라며 “하지만 결승까지 포함해 이제 겨우 17세인 안현수는 시종 놀라운 기량을 보여줬으며 김동성의 대를 이을 선수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솔트레이크시티〓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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