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 특수2부는 17일 한국산업은행이 대주주인 한강구조조정기금에서 거액의 투자를 받은 액정표시장치 제조업체인 벤처기업 S사 등에서 투자 사례비 명목으로 1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금의 조사 자문 업무를 맡았던 이건주(李建周·40)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씨가 S사 등을 상대로 컨설팅한 KMS경영연구소 대표 이석곤(李錫坤·35·구속기소)씨를 통해 돈을 받았으며 2000년 4월 당시 매출 실적이 없고 투자가치가 불투명한 S사 등이 370억원의 투자를 받게 해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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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구조조정기금은 98년 9월 산업은행 등 22개 금융기관이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를 목적으로 3333억원을 출자해 설립됐으며 외국계 기금 운용사인 스커더사가 산업은행과 위탁계약을 체결해 운용하고 있다. 현재 산업은행이 기금의 지분 23%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며 외국인도 18.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스커더사는 “이씨는 스커더사의 직원이 아닌 조사 자문 계약 업체의 직원이었고 S사 기술의 성공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한 뒤 투자가 이루어졌다”며 “투자금을 방만히 운용한 S사 관계자를 횡령 혐의로 고발하는 등 기금 운용도 투명하게 했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또 S사 등에 기금 유치 등을 도와준 대가로 7억원 상당의 S사 주식 등을 받은 혐의로 전 국가정보원 정보통신부 담당 사무관 김규현(金奎現·38)씨 등 2명을 지명수배했다.
한편 검찰은 S사의 대주주인 서울대 이모 교수(45·불구속기소)에게서 해외 포럼 참가 업체로 선발되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원 상당의 회사 주식을 받은 혐의로 한국디스플레이 연구조합 사무국장 구자풍(具滋豊·53)씨를 구속기소했다.
또 이 교수에게서 특허 관련 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등의 청탁과 함께 2500만원 상당의 S사 주식 250주를 각각 받은 혐의로 전 특허청 사무관 여운석(呂運石·44)씨와 전 과학기술부 사무관 김중호(金仲浩·47)씨도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이 교수가 개발한 액정표시장치 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이 교수에게서 사는 것처럼 위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회사 자금 8억2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S사 전 대표 김원대(金原大·42)씨도 불구속기소했다.
그러나 이 교수 측은 “특허권을 정당한 절차를 밟아 매매했으며 주식을 나눠준 것은 대가성이 없는 성의 표시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기금을 포함해 약 2조원에 이르는 4대 구조조정기금(한강, 아리랑, 무궁화, 서울)의 투자 과정에 비리가 많다는 첩보에 따라 기금 운용 전반에 걸쳐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