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사건으로 붕괴된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잔해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뉴욕항에서 선적된 고철이 인천항으로 계속 반입되고 있어 적절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7일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인천항을 통해 반입된 미국 고철은 3만∼5만t급 화물선 13척에 실려온 총 52만여t 분량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뉴욕항에서 세 차례에 걸쳐 실려온 고철은 10만여t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항에서 하역되는 고철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영국 벨기에산 등 다양하지만 테러사건 이후 미국산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
▽하역작업 현장〓16일 오후 인천항 8부두 83번 선석. 이날 인천항에 도착한 홍콩 선적 진창호에 실려 있는 고철 4만9900t이 하역되고 있었다. 이들 고철은 뉴욕항에서 선적된 것이고 바로 옆 부두에서도 뉴욕항과 보스턴항에서 4만6000여t의 고철을 싣고 6일 도착한 티노스호의 하역작업이 10일째 계속됐다.
10여명씩 2교대로 나눠 하역 작업을 하고 있는 근로자들은 대형 크레인을 조작해 화물선에 실린 고철을 부두 바닥에 내려놓은 뒤 이를 화물트럭에 옮겨싣는 작업을 반복했다.
그러나 하역 근로자들이 사용하는 오염방지 장비는 입에 쓴 마스크가 유일했다. 한 근로자는 “세계무역센터의 고철이 맹독성 화학물질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된 뒤부터 좀 답답하지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해성 논란〓세계무역센터 고철이 맹독성 화학물질에 오염됐다는 주장은 미국의 시민단체가 처음 제기했다. ‘기업감시’(www.corpwatch.org)라는 시민단체는 “석면 다이옥신 카드뮴 등에 오염된 세계무역센터 고철이 한국 인도 중국 등에 팔려갔다”며 “오염물질로 인해 세계무역센터에 동원된 구조대원들이 심각한 호흡기 질환 등을 앓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도 성명을 통해 “아무런 검증 없이 미국 등 선진국으로부터 유해 폐기물이 마구 수입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는 수입 고철에 대한 철저한 검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천항에 수입된 고철에 대한 오염 검사를 철저히 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철강 수입업체들은 “고철을 실은 화물선에 연막 및 분무 소독을 실시하고 있으며, 고철 하역 작업 때 필요한 시설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나 인근 주민들에 대한 피해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인천보건환경연구원은 인천항 주변 먼지를 측정한 결과 ㎥당 280∼294㎍으로 인천지역 평균치(134.2㎍)의 2배를 넘는 오염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 측은 인천항 먼지가 인근 아파트와 주택가에까지 날아오기 때문에 주민들도 고철 오염물질의 해를 입을 수 있다며 당국이 철저하게 검사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