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졸업하는 급우 73명에게 모범이 되고 싶었습니다. 아들 딸 같은 학생들과 함께 긴 시간을 보내면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요.”
56세에 대학에 진학해 15일 경북 경산시 경일대 산업공예학과를 1등으로 졸업한 이태우(李泰佑·60·울산 남구 두왕동)씨. 이씨는 4.5점 만점에 4.34의 학점을 받아 경일대 전체 졸업생 1500명 중 9등을 차지했다.
이씨가 만학의 꿈을 키운 것은 10여년 전 경기 여주에서 열린 도자기축제를 보고 난 뒤. 흙으로 도자기를 빚는 모습을 보고 도자기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1998년 경주 서라벌대 디자인학과에 입학한 뒤 경일대로 편입한 그는 울산과 경산을 하루 5시간씩 차를 몰고 다닐 정도로 공부에 정성을 쏟았다. 대학 4년 동안 지각이나 결석을 한번도 하지 않았을 정도.
자식 같은 학생들과 ‘도덕 재무장 운동’이란 동아리를 만들어 봉사활동을 펴기도 했다.
도자기에 푹 빠진 그는 집안에 조그마한 도예연구소를 차린 뒤 학교 공부와 병행하면서 전문성을 키웠다.
지난해 3월에는 울산시청 현관 벽에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 부조를 설치하기도 했다.
이씨가 대학을 졸업하기까지는 부인 유지원(庾智湲·57)씨의 뒷바라지가 큰 힘이 됐다. 유씨는 “밤에 자다 남편이 없어 찾아보면 밤을 새워가며 공부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장학금을 받으면서 열심히 공부해 준 남편이 고맙다”고 말했다.
이씨는 3월 대구대 재활과학대학원 미술치료학과에 진학한다.
그는 “도자기를 빚는 고운 마음을 미술치료와 결합시켜 졸업 후 지체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경산〓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