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미국에서 미연방수사국(FBI) 수사관들에게 체포된 이석희(李碩熙) 전 국세청 차장이 미국에서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고 한국으로 송환되기까지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주미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이씨가 연방법원의 재판과 국무부의 범죄인 인도 승인을 거쳐 서울에 인도될 때까지 5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정부가 예상하는 것은 최단시일 내 인도가 가능한 경우를 가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99년 12월 한미 범죄인인도조약 체결 이후 미국에서 한국으로 처음 송환된 한모씨(44·어음횡령)의 경우도 지난해 5월 FBI에 의해 체포돼 재판을 받은 뒤 11월에 한국에 인도됐다.
그러나 범죄인 인도 재판이 열리는 미 연방법원은 3심제이기 때문에 이씨가 한국으로 송환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1심 재판에 불복,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상고할 경우 실제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는 것.
만일 연방법원이 1심에서 이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하고 이씨가 이에 승복, 항소를 포기할 경우엔 송환이 비교적 빨리 이루어질 수 있지만 과연 그렇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검찰은 미 법무부를 통해 2, 3개월 내에 조기 송환이 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희망사항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3권분립이 확립된 미국에선 행정부가 법원에 대해 재판을 빨리 진행하라는 식으로 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일각에선 정부가 이미 이씨의 여권을 무효화한 점을 들어 이씨가 미국에 불법 체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미정부에 의한 강제추방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으나 이는 범죄인 인도와는 별개의 사안으로, 불법체류자일지라도 범죄인으로 인도되기 위해선 재판 절차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씨 조기 송환의 관건은 그의 신병을 한국에 인도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미시간 연방법원의 재판 일정 및 이씨의 항소 여부에 달려 있는 셈이다.
미시간 연방법원은 19일 이씨를 법정에 출두시켜 구금 여부가 타당한지를 가릴 예정이다. 이는 한국의 구속적부심과 비슷한 절차로 실제 인도 재판과는 관련이 없다. 이씨에 대한 정식 재판 일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