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검사직을 지키는 데 심적 부담도 컸지만 자부심을 갖고 소신 있게 일해온 만큼 후회는 없습니다. 후배들이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등으로 승진하는 상황에서 치사하게 남지 말고 사표를 내라는 주위의 권유도 많았지만 검사로서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고 변호사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 업무를 계속하다 보니 정년을 맞게 됐습니다.”
승진인사 탈락이나 경제적 이유 등으로 대부분의 검사가 정년 전에 옷을 벗지만 현직 검사 중 유일하게 사시 1회 출신인 서울고검 안대찬(安大贊·63) 검사가 34년간 평검사로 일하다 20일 정년퇴임하게 돼 화제다.
동기나 후배가 검사장으로 승진하면 퇴직하는 검찰 관행에 비춰볼 때 평검사의 정년퇴임은 이례적인 일. 보직에 상관없이 정년까지 근무한 경우는 90년 의정부지청장을 끝으로 퇴임한 민건식(閔建植·71·고시 15회) 변호사 등 4명뿐이다.
안 검사는 68년 대구지검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해 홍성지청장과 천안지청장 등을 거쳐 주로 고검에서 검사생활을 해왔다. 안 검사는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할 계획이다. 평검사의 정년퇴직에 대해 “바람직하다”는 법조인들의 평가도 있지만 수차례 승진에서 탈락한 뒤에도 남아 있은 것이 안쓰럽다는 반응도 있다.
95년 개정된 현행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찰총장의 정년은 65세, 그 밖의 검사는 63세이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당당하게 수사할 수 있다면 평검사라도 끝까지 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